대통합민주신당 창당 후폭풍

  • 입력 2007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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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史 정당’ 어디로…통합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중도개혁대통합추진위원회 연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전날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한 김한길 전 공동대표의 자리는 비어 있다. 연합뉴스
‘50년史 정당’ 어디로…
통합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중도개혁대통합추진위원회 연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전날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한 김한길 전 공동대표의 자리는 비어 있다. 연합뉴스
‘100년 정당’ 어디로…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왼쪽)이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당의 미래가 대통합민주신당의 결정에 영향을 받게 된 탓인지 표정이 굳어 있다. 연합뉴스
‘100년 정당’ 어디로…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왼쪽)이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당의 미래가 대통합민주신당의 결정에 영향을 받게 된 탓인지 표정이 굳어 있다. 연합뉴스
《열린우리당과 중도통합민주당. 자칭 ‘100년 정당’과 ‘50년 역사의 정통 정당’의 운명이 바람 앞 등불 신세가 됐다. 3년여 전만 해도 152석의 원내 제1당이던 ‘100년 정당’은 이제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합당을 위해 스스로 폐업 신고 절차만 남겨 놓고 있다. 2대에 걸쳐 정권 창출을 이뤘던 민주당은 분열과 구태만 거듭하다 결국 ‘도로 9석’의 미니 정당으로 전락했다. 고사(枯死) 직전 상황이다.》

DJ만 바라보다가…곤혹스러운 민주당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당 연석회의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의원 및 당직자들의 표정은 침통했다. 전날 창당한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의원들이 대거 빠져나가 범여권 통합의 구심점에서 멀어진 데 대한 착잡한 심정도 읽혔다.

이날 회의엔 당 소속 현역 의원 9명 중 김종인 이인제 최인기 이상열 의원만 참석했다. 집권 경험이 있는 민주당이 왜 이런 비참한 상황에 빠졌을까.

▽민주당 위기의 과거사=민주당의 기원은 1995년 9월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주도해 만든 새정치국민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회의는 2000년 1월 확대 개편해 새천년민주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역시 그 중심엔 DJ가 있었다.

민주당은 2002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했으나, 그 수혜자인 노무현 대통령은 그 다음해 11월 자신의 지지자들을 끌고 나가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56석이었던 민주당은 2004년 4월 총선에서 ‘탄핵 역풍’에 휘말려 9석을 얻는데 그쳤다.

민주당은 올 6월 열린우리당 출신 김한길 의원 등이 만든 중도개혁통합신당과 통합해 34석의 중도통합민주당으로 불어났으나, 이번 민주신당 창당으로 다시 9석으로 줄어들었다.

▽DJ의 배신?=DJ는 올해 들어 자신이 그토록 공을 들였던 민주당과 서서히 선을 그어 나가면서 결국 범여권 통합을 추진한 민주신당의 손을 들어줬다.

DJ는 지난해 12월 민주당 지도부를 만나 “민주당이 갈라진 것은 큰 불행이었고, 이제 결심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다시 합쳐야 한다는 의미였다.

또 올 2월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에게 “최소한 선거연합을 이뤄내 단일한 (대통령) 후보를 내세우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훈수했다.

민주당에 대한 DJ의 결정적 ‘한 방’은 차남 김홍업 의원의 민주당 탈당 및 민주신당 합류를 사실상 조종한 것이라고 민주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민주당 공천을 받아 4월 전남 신안-무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한 김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자 동교동계 등 DJ 측근들 사이에서는 “김 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포기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당내외의 비난 여론 및 반발에도 불구하고 DJ의 당 후견역을 기대하고 김홍업 씨를 공천했다.

공천 결정 직후 유종필 대변인은 “김 전 대통령과 민주당은 특수관계”라고 말했으나, 공동대변인이었던 이상열 의원은 “공정한 룰에 의한 후보자 선정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그렇다면 DJ가 왜 민주당을 버렸을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DJ가 정권교체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DJ는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자신의 재임 시절 비리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권 재창출에 목을 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만으로는 집권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사실상 직접 나서서 범여권 통합을 막후 조종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DJ를 넘어설까=지금 민주당 소속 의원이나 당직자들은 누구도 드러내 놓고 “DJ가 떠나 민주당이 어려워졌다”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속으로는 걱정이 많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의원도 9명 밖에 안 남았다. 이제 믿을 건 당원들밖에 없다”고 말했다.

6일 연석회의를 하기 전 핵심 당직자들과 의원들이 모인 비공개 회의에서는 일부 참석자가 통합의 필요성을 강하게 개진해 ‘통합 반대파’와 설전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民心 외면하더니…문닫을 열린우리당

서울 영등포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6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전날 열린 대통합민주신당(민주신당) 창당대회에서 민주신당이 열린우리당과의 합당 추진을 공식화한 것에 크게 고무된 듯했다.

정세균 의장은 “민주신당의 통합 결의는 당연히 ‘당 대 당 통합’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합당 프로세스에 필요한 논의를 신당과 열린우리당이 착수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의를 지켜본 한 당직자는 “웃고 있지만 사실 울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100년 정당’을 표방한 열린우리당이 사실상 소멸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자멸한 열린우리당=열린우리당은 2003년 11월 민주당 탈당파를 중심으로 한 의원 47명이 ‘잘사는 나라, 깨끗한 정치’를 주창하며 창당했다. 다음 주 중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신당과의 합당을 결의하면 열린우리당은 3년 9개월여 만에 사라진다.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창당 구상을 당초 달가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았다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운 정당이었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 노 대통령 탄핵 역풍을 타고 17대 총선에서 원내 과반수인 152석을 얻어 제1당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 승리가 가져온 것은 자만심과 독단이라는 ‘독약’이었다. 열린우리당은 2005년까지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을 주도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정동영 전 의장은 지난해 “4대 개혁입법의 모자가 잘못 씌워졌다”며 민생과 관련 없는 법안에 다걸기(올인)했던 당의 오류를 시인했다.

부동산정책의 잇단 실패와 개혁 피로가 겹치며 열린우리당의 지지율도 하락했다. 2005년 4월 이후 실시된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0 대 40’의 참패를 했고 지난해 5·31지방선거에서는 16개 광역단체장 중 전북지사 하나만을 얻었다.

‘노무현당’으로 출발했지만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불화는 깊어갔다.

노 대통령이 유시민 의원, 김병준 대통령정책실장을 입각시키자 의원들은 당정분리원칙을 남용한 코드 인사라며 반발했다. 노 대통령은 대연정 제안,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제안 등 무리수를 내놓아 당의 원성을 샀다. 의원들은 당의 실패가 노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의 국정운영’에서 기인한다며 탈당을 촉구했고, 노 대통령은 올해 2월 열린우리당을 떠났다.

정당의 존립 의미를 상실했다는 자탄이 쏟아진 열린우리당에 남은 것은 탈당 도미노였다. 올해 네 차례 집단 탈당이 이어졌고 열린우리당은 6일 현재 58석의 원내 3당이다.

▽민주신당에 기댈 수밖에 없는 비애=열린우리당의 미래는 당분간 민주신당이 좌지우지하게 됐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김영춘 사무총장을 민주신당과의 합당 협상대표로 지명했지만 개점휴업 상태다. 민주신당 측이 통합수임기구를 구성하지 않아 협상 상대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민주신당은 열린우리당과의 선(先)합당으로 기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민주당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오충일 민주신당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열린우리당과의 통합문제에 대해 “여태까지 이야기는 없던 걸로 해 달라”고 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범여권 관계자는 “100년 정당을 말하던 열린우리당이 대선 이후에도 계속 존립할지 불투명한 민주신당의 손바닥 위에 있다”고 꼬집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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