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사업 평가 민망한 ‘자화자찬’

  • 입력 2007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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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선진국 수준의 혈액 안전관리체계 사업에 예산 320억 원을 집행했다. 복지부는 개인 헌혈자 비율과 부적격 혈액 투입 건수 등 2가지의 지표를 가지고 ‘보통’ 등급이라고 평가했다. 부적격 혈액 투입 건수 목표가 1건이었는데 실제로 1건을 발견해 달성했다고 판단한 것.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는 “개인 헌혈자 비율이 증가해도 안전관리체계가 부실하면 혈액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혈액안전성 향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6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정부가 2006년에 진행한 585개 주요 재정사업(예산규모 41조 원)에 대해 부처별로 자율평가를 실시한 결과 ‘우수’ 판정을 받은 사업의 비율이 2005년 5.2%에서 지난해에는 11.3%로 늘었다. 반면 ‘미흡’ 판정은 11.3%에서 5.3%로 줄었다.

정부는 이 같은 통계치를 근거로 재정사업 성과가 올라가는 추세라고 밝혔지만 복지부 혈액안전관리사업에서 보듯 일부 부처의 평가결과는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산집행 효율성은 고려 안해

교육인적자원부는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에 지난해 180억 원을 썼다. 교육부는 이 사업에 91.7점을 주고 우수 등급을 매겼다. 근거는 계획이 200개 학교에 설치하는 것이었는데 311개로 초과 달성했다는 것.

하지만 이 같은 평가지표로는 예산을 집행했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해 장애인의 편의성이 높아졌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청소년위원회가 추진한 공부방 지원사업도 마찬가지. 계획이 250개를 개소하는 것이었는데 모두 달성했다는 식이다. 정부가 지원한 공부방이 정책 목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미흡’에 가까운 ‘보통’ 등급의 자율평가

재정사업 자율평가는 △우수(85점 이상) △다소 우수(70∼84점) △보통(50∼69점) △미흡(50점 미만) 등 4단계 평가로 이뤄진다. 예산처는 미흡 등급의 사업에 대해 예산의 10%를 삭감한다는 방침을 정해 놨다.

이에 따라 부처별로 50점을 간신히 넘은 사업이 많은 것은 예산 삭감을 피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해양수산부의 경우 관공선 건조, 연안환경관리, 독도 이용 및 보전연구사업에 대해 50∼51.7점이라고 평가했다. 미흡 등급과 유의미한 격차가 있다고 보기에 어려운 점수다.

목표 달성이 쉽도록 아예 처음부터 목표를 낮춰 잡았다가 예산처의 지적을 받은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처 당국자는 “각 부처가 아직까지 재정사업 자율평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운용과정에서 현실에 맞는 지표를 개발하는 등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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