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워’ 200만명 돌파…한국인의 ‘마음’을 건드리다

  • 입력 2007년 8월 6일 03시 04분


코멘트
“붙어보자” 할리우드와 맞짱 전략 주효
“고생했다” 심형래 감독 도전정신에 성원
“밀어주자” 혹평 잇따르자 반발심리 작용

이무기의 전설을 SF영화로 만든 심형래 감독의 ‘디 워’(사진)가 4일 220만 관객을 기록했다. 1일 개봉한 이래 역대 최단 기간(4일) 200만 돌파 기록(‘괴물’은 전야제를 포함해 5일만에 200만 돌파)을 세웠으며 5일에는 300만 명 기록에 다가설 것으로 배급사 쇼박스는 밝혔다.

이는 지난해 1302만 관객을 기록한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 ‘괴물’의 속도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영화 ‘화려한 휴가’는 지난달 26일 개봉한 뒤 10여 일 만에 300만 명을 넘었으나 흥행 속도는 ‘디 워’에 못 미친다. ‘디 워’의 스크린 수는 이 상승세에 힘입어 530개에서 689개로 늘어났다.

평단에서 혹평을 받은 ‘디 워’의 흥행 요인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과 방학 시즌의 가족 관객용 영화라는 점이 꼽힌다. 로스앤젤레스 도심 전투와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하는 장면 등은 ‘볼거리’로 평가받는다.

특히 심 감독의 ‘인간 승리’ 스토리에다 할리우드와 한번 붙어 보자는 경쟁심 등 영화 외적 요인이 한국 관객의 마음을 건드려 흥행바람을 부채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터넷에는 “미흡한 점이 있지만 한국인이면 꼭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쇼박스의 김태성 부장도 “영화 흥행에 이만큼 감정적인 요인이 결부된 사례도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붙어 보자, 할리우드”=‘디 워’는 처음부터 ‘할리우드 마케팅’을 내세웠다. 쇼박스는 블록버스터의 본고장인 미국 개봉을 먼저 추진했다가 9월 개봉으로 늦췄지만, 현지에서 대규모(최소 1500개 관)로 개봉하는 첫 한국 영화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김 부장은 “‘충무로에서 이런 SF 영화를 만들어 할리우드에서 제대로 맞붙어 본 적이 있느냐, 미국 가서도 잘되게 도와주자’라는 게 관객들의 정서 같다”고 설명했다. 영화 마지막에 아리랑이 나오는 것도 이런 정서를 자극해 “가슴이 뭉클해졌다”며 박수를 치는 관객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고생했다, 심형래”=심 감독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한몫 했다. 영화 ‘용가리’(1999년)의 실패 이후 ‘사기꾼’ 취급까지 당했던 그가 실패를 딛고 순수 우리 기술로 SF 영화를 완성했다는 사실이 ‘인간 승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 감독은 여러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울먹이면서 그동안의 소회를 풀어 놓고 있다. 그를 바보 연기의 달인으로 기억하는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층도 “대단하다”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밀어주자, 디 워”=흥행은 평단의 혹평에 대한 관객의 반작용으로도 해석된다. 네이버 ‘디 워’ 카페의 박도성 매니저는 “좋은 의도로 만든 ‘디 워’가 비난받으니까, 지지해 주고 싶어 카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건국대 병원 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사람들에게는 뭐든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그 반대로 가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비판일색의 평론이 제기되자 ‘너무한 것 아니냐 우리가 밀어 주자’ 라는 심리를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혹평을 했던 영화잡지의 게시판이 공격당하고 누리꾼 사이에 댓글 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영화 ‘후회하지 않아’의 감독 이송희일 씨가 블로그에 ‘디 워’에 대해 “영화가 아니라 1970년대 청계천에서 조립에 성공한 미제 토스터 모방품”이라는 글을 올리자 이를 반박하는 댓글이 폭주해 블로그가 한때 다운되기도 했다.

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는 “‘디 워’가 수작(秀作)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며 “이 영화를 둘러싸고 거친 논쟁을 하기보다 한국의 장르 영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