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세브란스서 수술 환자 입원중 사망 ‘파업 의료사고’ 논란

  • 입력 2007년 8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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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의료원 노조의 파업이 27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50대 여성이 숨지자 유가족이 파업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의료사고가 났다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난소암 수술 뒤 숨진 황모(58·여) 씨 유가족은 5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6월 22일 난소와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은 뒤 환자 상태가 호전됐다”며 “그러나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지난달 10일 전후부터 상태가 악화됐는데도 의료진이 적절한 처치를 하지 않아 장폐색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14일 숨졌다”고 주장했다.

라디오 건강프로그램 작가인 황 씨의 큰딸 김모(34·여) 씨는 “수술 직후 환자의 상태가 상당히 좋아 7월 6일부터 1차 항암치료에 들어갔다”며 “환자가 9일부터 변비 증세 등으로 수차례 복통을 호소해 장폐색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의료진은 ‘X선 사진에 이상이 없으니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만 말했다”고 말했다.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자 의료진은 13일 장폐색을 의심해 재수술을 실시했지만 환자는 다음 날 숨졌다.

김 씨는 “환자가 수술을 받은 후에는 투약 상황이나 대소변량을 체크하는 등 간호 업무가 정상적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파업 때문에 간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상태가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병동에는 평소 6, 7명의 간호사가 근무하는데 파업 뒤에는 3, 4명의 대체 간호사만 근무했고 의사들도 관장을 해 달라는 요청을 들어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병동에는 환자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는 간호사들이 근무하고 있었고 전공의가 2, 3명 상주하는 등 환자 진료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며 “사인이 파업과는 상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병원 측은 “사인은 패혈증이지만 유족의 주장처럼 장폐색이 패혈증으로 이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고, 항암치료로 면역기능이 떨어져 패혈증이 생길 수도 있다”며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유족 측에 부검을 제의했지만 거부했다”고 밝혔다.

간호사실 관계자도 “파업 당시에도 환자 상태 체크 등 기본 업무를 빠뜨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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