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中문제적 인물들 품평회…‘품인록다’

  • 입력 2007년 8월 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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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인록/이중톈 지음·박주은 옮김/500쪽·1만8000원·에버리치홀딩스

천하를 꿈꾸었던 항우와 조조, 중국 유일의 여성 황제 무측천(측천무후), 명나라 청백리의 대명사 해서, 청나라 황제 옹정제.

중국 역사에 길이 남는 이들의 삶은 그 끝이 비극적이었다. 원대한 꿈이 좌절됐거나 명예가 더렵혀졌고, 살아서든 죽고 나서든 욕을 먹었다. 그래서 이들의 공과와 선악을 놓고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논쟁적인 인물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더 매력적이다.

이 책은 이들에 대한 품평이다. 저자 이중톈(易中天)은 중국 샤먼(廈門)대 교수로, 문학 예술 미학 등 여러 분야에서 대중적인 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인물. 저자는 역사적 인물도 감상의 대상으로 끌어들여 예술 작품 감상하듯 품평하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이들의 비극이 과도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항우는 자신의 힘을 믿었고, 해서는 도덕적 품성을 과신했다. 조조와 무측천, 옹정제는 자신의 의지와 수완을 너무 믿은 나머지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에게 영욕이 교차했던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인물들에 대해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예술작품 감상하듯 따스하고 낭만적인 시각으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요즘 인기 있는 TV 드라마 ‘대조영’에 나오는 무측천 내용을 보자.

당나라 고종의 황후였다가 690년부터 705년까지 황제로 군림했던 여성. 중국 유일의 여성 황제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가 많지만 저자의 시선은 비교적 긍정적이다.

저자는 무측천의 황제 즉위를 남성 중심 문화에 대한 전복이자 혁명으로 본다. 하지만 무측천 혼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무측천의 삶은 늘 진퇴양난이었다고 한다.

“남성 중심의 전통을 뒤집고자 했으나 전통의 힘을 빌려 전통에 대항하지 않을 수 없었고 전통의 힘을 빌릴수록 본래의 목표에서 멀어져 갔고 전통의 힘을 이용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었다. 여성으로 태어나 의연히 남자의 일을 해냈으나 결국 강력한 전통의 벽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혁명의 실패는 무측천의 잘못이 아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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