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입속에서 세포 떼낸 까닭은

  • 입력 2007년 8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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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한나라당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 합동연설회 준비를 위해 울산의 모 호텔에 머물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오세인) 소속 검찰 수사관들이 다가갔다.

연설문 원고를 준비하느라 경황이 없던 이 전 시장에게 양해를 구한 이들은 잠시 뒤 이 전 시장의 입 속으로 면봉을 넣어 구강세포 여러 점을 채취했다.

이 전 시장의 어머니가 일본인이고 이 전 시장이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과 이복형제라는 군사평론가 지만원(65) 씨의 주장을 검찰이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조치였다.

검찰이 야당의 유력 대선후보에 대해 고소고발 사건 처리의 판단 근거로 삼기 위해 유전자(DNA) 검사를 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채취한 이 시료를 전문 분석기관에 보내 대조한 결과 이 전 시장과 이 의원은 이복형제가 아니며 어머니도 일본인이 아니라는 쪽으로 검찰은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기관지확장 증세로 군 복무를 면제받은 이 전 시장의 병역 면제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이 전 시장에게서 건강검진용 X선 사진도 함께 제출받았으며, 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 기관지확장증의 후유증이 있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1일 지 씨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 씨는 올해 초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 전 시장의 출생과 병역, 호적 세탁, 자서전 미화 등의 의혹을 제기했으며 여러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이로 인해 이 전 시장의 병역 및 출생 의혹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됐다.

지 씨는 홈페이지에서 “이 전 시장의 어머니가 일본인이며 이 전 시장이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고 있고 이 전 시장은 형 이상득 의원과 이복형제”라고 주장했다.

지 씨는 또 “기관지확장증과 악성 축농증은 군 면제가 될 정도로 치유하기 어려운 병인데 이 전 시장은 군 면제 직후 현대건설에 입사해 술의 천하장사가 됐다. 무협지보다 더 황당한 일이다”라고 비난했다.

이 전 시장은 올 3월 지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며 지 씨도 무고로 이 전 시장을 맞고소했다. 또 지 씨는 4월 16일 이 전 시장의 자서전 ‘신화는 없다’가 허위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며 ‘출판 및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했다.

지 씨는 검찰에서 “자서전에 나온 글을 보고 추정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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