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10세 소년 나상우는 심장 수술 도중 마취가 안 돼 수술의 고통을 그대로 겪지만 움직이거나 말은 할 수 없는 ‘수술 중 각성’을 겪는다. 충격으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던 상우는 정신과에서 최면으로 기억이 봉인된 채 미국으로 떠난다. 25년 뒤, 의료사고로 죽은 환자의 남편에게 시달리는 외과의사 류재우(김명민)에게 미국에서 옛 친구 강욱환(유준상)이 찾아온다.
이후 재우 주변에서 자꾸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동료인 마취과 의사 장석호(정유석)와 정신과 의사 오치훈(김태우)은 서로 갈등을 일으키는데, 어느 날 재우의 아내가 수술을 받다가 죽는다. 이 모든 일의 중심에는 나상우가 있다.
8일 개봉하는 ‘리턴’(18세 이상)은 한국 영화에서 가장 취약한 장르라는 스릴러 분야에서 보기 드물게 성실하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승부한다. 요점은 결국 ‘누가 25년 전 수술 중 각성을 겪은 나상우인가’를 알아가는 두뇌 게임. 나상우의 어린 시절, 얼굴이 안 보이는 누군가의 현재 행동, 네 등장인물의 모습이 각각 잦은 클로즈업으로 계속 교차되는데 후반부의 반전까지 크게 긴장감을 잃거나 늘어지는 부분 없이 꾸준히 밀고 나간다.
‘나상우인 것 같은 인물’이 4명이나 되는데, 관객이 그들을 차례로 범인으로 의심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완전 공감은 못하더라도 ‘어물쩍 넘어간다’는 느낌은 없다. 드라마 ‘하얀 거탑’의 영향인지 수술복 입은 모습이 가장 멋진 김명민을 비롯해 네 남자 배우의 연기도 안정적이다.
‘리턴’은 친숙한 모습의 귀신과 신경질적인 효과음으로 일관하는 공포영화보다 무섭다. 수술 장면 등이 주는 시각적 충격도 상당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일이 한 인간의 내면을 파괴하고 그가 또 다른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인간에 의한 공포와 귀신보다 무서운 인간의 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수술 중 각성’이라는 경험이 그렇게 잔혹한 연쇄살인의 이유가 될까 의문도 생기겠지만 영화 장면만으로는 그럴듯하다. 미국에선 수술 환자 1000명 중 1명이 경험한다는데 겪어보지 않고는 정말 모르는 일이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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