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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대 위 악몽’의 흔적 팽팽한 두뇌게임…영화 ‘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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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대 위 악몽’의 흔적 팽팽한 두뇌게임…영화 ‘리턴’

입력 2007-08-02 02:58수정 2009-09-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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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 ‘수술 중 각성’을 겪은 소년이 누구인가를 찾아 가는 미스터리 스릴러 ‘리턴’. 사진 제공 아름다운영화사 로터스필름

마취약이 몸속으로 들어간다. ‘하나 둘 셋…’ 수술대 위에서 숫자를 세면서 잠이 드는가 싶었는데 웬걸, 차츰 정신이 든다. 그러나 몸은 옴짝달싹하지 않는다. 그사이에 수술용 톱은 ‘왱’ 하는 굉음과 함께 갈비뼈를 자른다. 의사들이 심장을 마구 헤집는다. 피를 토하듯 비명을 질러 봐도 아무 소리도 안 난다. 자기들끼리 농담을 주고받으며 가슴을 꿰맬 때까지, 다 느껴 버렸다.

1982년, 10세 소년 나상우는 심장 수술 도중 마취가 안 돼 수술의 고통을 그대로 겪지만 움직이거나 말은 할 수 없는 ‘수술 중 각성’을 겪는다. 충격으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던 상우는 정신과에서 최면으로 기억이 봉인된 채 미국으로 떠난다. 25년 뒤, 의료사고로 죽은 환자의 남편에게 시달리는 외과의사 류재우(김명민)에게 미국에서 옛 친구 강욱환(유준상)이 찾아온다.

이후 재우 주변에서 자꾸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동료인 마취과 의사 장석호(정유석)와 정신과 의사 오치훈(김태우)은 서로 갈등을 일으키는데, 어느 날 재우의 아내가 수술을 받다가 죽는다. 이 모든 일의 중심에는 나상우가 있다.

8일 개봉하는 ‘리턴’(18세 이상)은 한국 영화에서 가장 취약한 장르라는 스릴러 분야에서 보기 드물게 성실하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승부한다. 요점은 결국 ‘누가 25년 전 수술 중 각성을 겪은 나상우인가’를 알아가는 두뇌 게임. 나상우의 어린 시절, 얼굴이 안 보이는 누군가의 현재 행동, 네 등장인물의 모습이 각각 잦은 클로즈업으로 계속 교차되는데 후반부의 반전까지 크게 긴장감을 잃거나 늘어지는 부분 없이 꾸준히 밀고 나간다.

‘나상우인 것 같은 인물’이 4명이나 되는데, 관객이 그들을 차례로 범인으로 의심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완전 공감은 못하더라도 ‘어물쩍 넘어간다’는 느낌은 없다. 드라마 ‘하얀 거탑’의 영향인지 수술복 입은 모습이 가장 멋진 김명민을 비롯해 네 남자 배우의 연기도 안정적이다.

‘리턴’은 친숙한 모습의 귀신과 신경질적인 효과음으로 일관하는 공포영화보다 무섭다. 수술 장면 등이 주는 시각적 충격도 상당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일이 한 인간의 내면을 파괴하고 그가 또 다른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인간에 의한 공포와 귀신보다 무서운 인간의 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수술 중 각성’이라는 경험이 그렇게 잔혹한 연쇄살인의 이유가 될까 의문도 생기겠지만 영화 장면만으로는 그럴듯하다. 미국에선 수술 환자 1000명 중 1명이 경험한다는데 겪어보지 않고는 정말 모르는 일이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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