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전세난’…전세보증금 2년전보다 최고 2배 올라

  • 입력 2007년 8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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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신도시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최재영(34) 씨는 최근 의왕시에 싼 전셋집을 얻었다. 이달 중순 만기가 돼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려 했지만 집주인이 보증금을 4000만 원 올려 달라고 했기 때문. 주변 아파트를 알아봐도 껑충 뛰어버린 전세금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최 씨는 “전세 시장이 안정돼 있다고들 하는데 전세금 자체는 엄청 올라 있다”며 “집을 못 산 것도 억울한데 전세금마저 뛰어 부담이 크다”고 털어놨다.

올해 들어 아파트 매매 시장이 침체되면서 전세 시장도 안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셋집을 재계약하거나 새로 전세를 얻으려는 수요자들은 보증금이 너무 올라 감당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통계로 드러나지 않는 ‘조용한 전세난’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작년 오른 전세금 여파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연초 대비 지난달 27일 현재 서울 전세금은 2.74%, 경기(5대 신도시 제외)는 2.34%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러나 2년 전과 비교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2005년 7월 대비 서울은 20.57%, 경기는 20.96%, 신도시는 19.91% 뛰었다.

서울에서는 소형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강서(25.79%) 노원(25.22%) 도봉구(21.37%) 등이 많이 올랐고, 경기 지역에서는 안산(38.05%) 포천(34.77%) 시흥시(30.73%) 등 외곽 지역의 상승률이 특히 높다.

이는 작년 7, 8월에 불어 닥친 ‘전세 광풍(狂風)’의 여파가 아직까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노원구 중계동 현대4차 1단지 105m²(32평형)의 2년 전 전세금은 1억1500만 원이었지만 지금은 1억9500만 원에 이른다.

인근 성원공인 관계자는 “작년에 오른 전세금 때문에 기존 세입자 중에서 절반 정도만 재계약을 하고 나머지는 보증금이 싼 곳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전했다.

○ “소형 전세금 당분간 강세”

전문가들은 전세금은 시장 상황에 따라 등락이 심한 편이지만 적어도 올해는 현재 수준보다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다음 달부터 분양가 상한제와 청약가점제가 시행될 예정이어서 무주택자들이 매매로 돌아서기보다는 전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분양가 상한제와 청약가점제가 시작되면 청약점수가 높은 무주택자들은 일단 집을 사지 않고 전셋집에 살면서 시장 동향을 살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소형 아파트 전세금은 당분간 강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분양가 상한제에 따라 공급되는 아파트가 실제로 완공되려면 최소한 2년은 더 걸리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전세금이 낮아질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많다.

단, 2010년 이후부터는 경기 파주신도시 등 새로 조성된 ‘2기 신도시’에서 새 아파트 완공 물량이 대거 쏟아질 예정이어서 전세금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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