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최종목표는 정권교체”

  • 입력 2007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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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목표는 달성했다. 그러나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참의원을 큰 싸움터로 삼아 (정권 교체라는) 최종 목표를 위해 전력을 다하자.”

31일 ‘잠적’ 이틀 만에 모습을 드러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 그의 일성(一聲)에는 앞으로 민주당이 취할 전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는 “선거에서 과반수를 잃고도 그대로 존속하겠다는 ‘제멋대로 정권’이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순 없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선거일 이후 사령탑으로서 민주당을 승리로 이끈 오자와 대표가 유세 과정의 피로를 이유로 두문불출해 버리자 일각에서는 ‘건강이상설’이 일었고 ‘오만한 태도’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그는 1991년 협심증으로 쓰러진 병력이 있다. 그러나 이날 당직자회의에 나타난 그는 “건강은 문제없다”며 세간의 억측을 일축했다.

일본 언론은 민주당의 대승에는 자민당이 자멸한 탓도 있지만 지난해부터 지방을 뛰어다니며 표밭을 다진 오자와 대표의 선거 전략도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참모형 정치인으로서 손을 대는 선거마다 승리로 이끌어 ‘선거의 오자와’란 평가를 받아 온 그가 능력을 또다시 발휘했다는 것.

모호한 구호를 내건 아베 총리와 달리 오자와 대표는 ‘약자와 지방’에 초점을 맞췄다. 연금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자 ‘생활이 제일’이라는 구호를 내세웠고 “여당 과반수를 깨지 못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이런 오자와 대표의 목표는 정권 교체다. 참의원을 무대로 아베 총리에게 사퇴 압력을 가하면서 중의원 해산, 총선거, 정권 교체의 수순을 밟아 나간다는 것. 이 과정에서 자민당 내 ‘반(反)아베’ 세력과 손잡고 정계 개편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는 지난해 4월 민주당 대표에 오를 때부터 이번 참의원 선거를 대비하며 정권 교체에 집념을 보여 왔다.

그는 지난달 30일 이번 선거에 출마한 전 후보와 차기 중의원 선거 입후보 예정자들에게 보낸 ‘감사와 맹세’라는 제목의 ‘격문’에서도 “커다란 한 걸음을 내디뎠다. ‘국민 생활 최우선’을 기본으로 하는 내각을 만들자”며 정권 교체 실현을 다짐했다.

그는 27세에 중의원 의원에 처음 당선돼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의 총애를 받으며 ‘자민당의 황태자’로 승승장구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최연소 자민당 간사장을 지내면서 막후의 ‘킹메이커’로 군림했고 1991년 10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총재직을 맡으라는 제의를 받았으나 고사하기도 했다.

1993년 정치 개혁을 내걸고 탈당한 뒤에는 호소카와(細川) 연립정권을 탄생시켜 ‘정계 개편의 설계자’로 불렸다.

그의 구상대로 정권 교체가 실현된다면 자민당 독재를 중심으로 이뤄져 온 일본의 정치 지형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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