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결미사를 마친 뒤 소설가 조정래 씨는 조사에서 “많은 문인이 탈이 나고 때가 묻는 현실이지만 선생님은 고결하고 우아하고 깨끗하셨다”면서 “다른 이들은 온유하게 대했지만 스스로에게는 단호했던 분”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이해인 수녀는 피아니스트 신수정 씨의 반주에 맞춰 ‘피천득 프란치스코 선생님을 기리며’라는 제목의 조시를 낭송했다.
고인이 애지중지했던 딸 서영(미국 보스턴대 물리학과 교수) 씨는 헌화식 도중 관 위에 엎드려 오열했다. 차남 수영(서울아산병원 소아과 의사) 씨는 “4월에 아버님께서 서울대 교정을 거닐어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날씨가 쌀쌀해 그 부탁을 들어 드리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유가족은 영결식에 앞서 오전 5시 시신이 안치된 관을 버스에 싣고 서울대 교정을 한 바퀴 돌면서 고인의 ‘마지막 소원’을 풀어 드렸다. 영결식을 마친 뒤 고인의 시신은 장지인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모란공원으로 옮겨졌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