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세상 이젠 Delete”…시각장애인들 장애인용 SW개발

  • 입력 2007년 5월 2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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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의 생각과 필요한 것이 뭔지를 잘 아니 제품을 잘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엑스비전테크놀로지는 시각장애인의 PC 사용을 돕는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회사다. 전체 직원 11명 중 개발팀 4명을 포함해 8명이 시각장애인이다. 이 회사는 SW 개발 외에 시각장애인용 개인휴대정보기(PDA)를 수입해 유통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시각장애인의 생각과 필요한 것이 뭔지를 잘 아니 제품을 잘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엑스비전테크놀로지는 시각장애인의 PC 사용을 돕는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회사다. 전체 직원 11명 중 개발팀 4명을 포함해 8명이 시각장애인이다. 이 회사는 SW 개발 외에 시각장애인용 개인휴대정보기(PDA)를 수입해 유통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25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소프트웨어(SW) 개발업체 엑스비전테크놀로지 사무실. 직원들이 열심히 PC로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여느 정보기술(IT) 업체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니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프로그래머들이 모니터를 꺼 놓은 상태로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 이들은 대신 헤드셋으로 프로그래밍 내용을 듣고 있었다. 이 회사는 PC 화면의 내용을 음성으로 읽어 주는 시각장애인용 SW를 개발한다. 전체 직원 11명 가운데 송오용 사장을 포함해 8명이 시각장애인이다.》

○ 사장도 시각장애인

엑스비전테크놀로지는 ‘시각장애인들도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하게 하자’는 목표로 2002년 6월 송 사장 등 맹인학교 동문 4명이 창업했다. 송 사장은 도스(DOS) 시절부터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익혀 SW 개발을 해 온 ‘선구자’였고, 나머지 멤버도 2000년부터 관련 분야를 공부해 온 상태였다.

“회사를 만들 때 비즈니스 문제도 생각했지만, 시각장애인의 마음에 꼭 드는 SW를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는 마음이 더 강했어요. 아무래도 정안인(正眼人·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사람)이 우리 처지를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창립 멤버인 김정호 마케팅팀장은 창업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당시 4명의 멤버가 수중의 돈을 모두 털어 마련한 창업 자본금은 1000만 원. PC를 사고 나니 괜찮은 사무실을 얻을 수 없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철공소 단지 안에다 첫 ‘둥지’를 틀었다. 비가 내리면 물이 줄줄 새는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이들은 꿈이 있어 행복했다.

○ 시각장애인에게 ‘디지털 개안’ 선사

창업 후 5년 정도가 지난 지금 회사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력 제품인 PC 화면 읽기 SW ‘센스리더’는 지난해 1500 카피가 팔려 나갔다. 카피 한 개의 가격이 40만 원 정도니 약 6억 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시각장애인용 개인휴대정보기(PDA) 유통을 합치면 전체 매출은 10억 원에 이른다.

센스리더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는 경쟁 상대가 거의 없는 독보적인 제품이다. 시각장애인이 이 제품을 이용하면 인터넷과 워드프로세서, 파워포인트는 물론 채팅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 보내기도 할 수 있다. ‘자막읽기’ 기능을 통해 외국영화도 볼 수 있고, 제품 사용자 전용 사이트에서는 고스톱, 볼링 등의 게임도 할 수 있다.

마케팅을 담당하는 박미정 씨는 “센스리더가 개발되기 전에는 국내 시각장애인들의 PC 사용에 제약이 많았다”며 “디지털 개안(開眼) 효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도 받는다”고 말했다.

엑스비전테크놀로지는 궁극적으로 시각장애인들이 일반인과 동일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김 팀장은 “지금까지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안마사 정도밖에 없었다”며 “우리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좀 더 다양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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