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선호 업종별 No1]<9>LG화학… Who are They?

  • 입력 2007년 5월 26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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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그룹의 출발점… 소재 기업의 대명사

퀴즈. 다음 중 LG화학에서 생산된 소재가 쓰이는 제품은?

①노트북 컴퓨터 ②MP3 플레이어 ③주방용 싱크대 ④자동차.

답은 ① ② ③ ④번 모두다.

노트북 컴퓨터의 초박막 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에는 편광판이 사용되고, MP3 플레이어에는 리튬이온 전지가 쓰인다. 모두 LG화학 제품이다.

주방용 싱크대를 만드는 LG화학의 인조 대리석은 최근 ‘짝퉁’ 제품이 적발됐을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드는 소재는 자동차의 범퍼와 라디에이터, 차체의 천장과 내부, 운전대, 헤드라이트 등에도 사용된다.

LG화학의 제품은 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빛난다.

LG화학 ABS/EP 사업부의 3년차 사원인 양상원 씨는 한 달에 한두 차례 중국 출장을 떠난다. 해외영업팀에서 중국 지역을 담당하는 그는 중국 기업과 다국적 기업을 상대로 치열한 영업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그가 판매하는 상품을 중국 소비자가 직접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ABS는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부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원료다. 양 씨는 “우리 브랜드를 단 제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제품이 최종 인증을 거쳐 세계 유명 회사의 핵심 소재로 사용되는 것을 보면서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흔히 LG화학이 생산하는 대표적인 상품은 ‘지인(Z:IN)’의 인테리어 용품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창호, 마루 등의 인테리어 용품이 LG화학이 내세울 만한 제품인 것은 맞지만, 인테리어 용품이 포함된 산업재 부문의 매출은 이 회사 전체 매출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LG화학의 생산품이 완제품보다는 소재가 대부분인 까닭이다.

LG화학에서 가장 사업 규모가 큰 곳은 석유화학 부문이다. 지난해 매출 9조3000억 원 가운데 5조8800억 원을 석유화학 부문에서 올렸다. 전남 여수공장, 충남 대산공장 등 국내뿐 아니라 톈진(天津)과 닝보(寧波), 광저우(廣州) 등 중국과 인도, 베트남에도 공장이 있다. 국내외에서 100만 t을 생산하는 ABS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다.

소재 기업의 이런 특성은 LG화학의 기업문화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떠들썩’하다기보다는 ‘묵묵한’ 편이라는 것이 LG화학 임직원 스스로가 내린 평가다. LG화학의 난징(南京) 법인인 LGCE의 법인장 박현식 상무는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엔지니어가 LG화학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임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기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임직원이 많은 것이 가장 큰 무형자산”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각종 채용정보 사이트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LG화학은 정유사를 제외한 석유화학 기업 가운데 입사 선호 1순위 기업이었다.

본보 취재팀은 채용정보업체 인크루트에 의뢰해 LG화학에 입사하고 싶다는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LG화학에 들어가고 싶은 이유’를 조사해 봤다. 574명이 응답한 결과 ‘만족스러운 급여와 투명하고 공정한 보상제도’(16.0%)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동종업계와 지역사회에서 선도 기업의 이미지’(15.3%)와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15.2%) 등이었다.

하지만 LG화학 임직원이 실제로 겪고 느낀 LG화학은 구직자들의 생각과 좀 차이가 났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LG화학의 장점’을 물었더니 설문조사에 참여한 1675명 중 가장 많은 448명(26.7%)이 ‘동종업계와 지역사회에서 선도 기업의 이미지’를 꼽았다. 그 다음이 ‘인간적인 기업문화’(22.3%)와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15.0%) 순. 급여를 LG화학의 장점으로 꼽은 임직원은 0.3%에 불과했다.

LG화학은 LG그룹의 모기업이다. 1947년 창사 이후 지난해까지 60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한 직원은 “이 두 가지가 LG화학 임직원의 로열티가 다른 기업에 비해 높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60년 연속 흑자의 배경에는 끊임없는 도전이 있다. LG화학은 195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빗과 비눗갑 등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한 회사다. 당시 락희화학공업사(LG화학의 옛 이름)에서 만든 빗은 이승만 대통령과 이재형 상공부 장관도 사용했다.

이후에도 ‘최초의 역사’는 계속됐다. 1957년 ‘비닐 장판’ 생산과 대졸 사원 공채, 1969년 민간기업의 기업 공개, 1976년 PVC 창호 생산, 1999년 리튬이온 전지 대량 생산, 2000년 TFT-LCD용 편광판 개발 등이 모두 LG화학이 국내 최초로 도전해 이뤄 낸 업적이다. 2003년 2400mAh급 원통형 리튬이온 전지 개발 및 양산과 저빛샘용 TFT-LCD 편광판 개발은 세계 최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기업에서 첨단 정보전자 소재 기업으로 변모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설정했다. 2004년 충북 청원군에 준공한 ‘오창 테크노파크’에서는 현재 1267명이 2차 전지, 편광판 등을 생산하고 있다.

2010년까지 6000억 원 규모의 2단계 투자가 마무리되면 정보전자 소재 사업 부문 매출은 지난해 1조6100억 원에서 4조 원으로 늘어난다. LG화학은 현재 17%인 정보전자 소재 사업 비중을 2010년까지 30%로 끌어올려 세계적인 정보전자 소재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 Q&A/이런 게 궁금해요

희망근무지 밝히면 최대한 반영

본보는 인터넷 취업 사이트 게시판의 글을 토대로 취업 준비생들이 LG화학에 궁금해 하는 질문을 작성했다. LG화학의 답변을 들었다.

Q. LG화학은 서울 이외 전국 각지에 사업장이 있는데 입사 직후에는 어디서 일하게 되나.

A. 입사 지원서에 희망 직무와 근무지를 표시할 수 있다. 이를 최대한 반영해 근무지를 배치한다.

Q. 집이 수도권인데 지방 근무를 하게 되면 주거비 보조금이 있나.

A. 지방 사업장에 근무하게 되면 미혼 직원에게는 기숙사를, 기혼 직원에게는 사택을 지원한다. 또 전 사업장에서 통근버스가 운행된다.

Q. LG화학이나 LG그룹 계열사에 지원했다 떨어지면 다시 지원할 수 있는가. 불이익은 없나.

A. 지원할 수 있다. 이전의 전형 결과는 채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Q. 직무별로 지원 가능한 전공이 정해져 있나.

A. 직무별로 전공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전공에 상관없이 해당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갖췄는지를 평가해 채용한다.

Q. 전체 대졸 직원 중 여성 비율은….

A. LG화학 사무직 직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18%이다. 기술연구원의 조혜성 상무가 첫 여성 임원으로 올해 발탁됐다.

Q. 해외근무 기회는 많은 편인가.

A. 해외 법인 및 지사 28곳이 있어 해외근무 기회가 많은 편이다. 주로 어학능력과 해당 분야의 전문 역량을 지닌 대리급 이상 직원을 해외주재원으로 선발한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 인재 채용과 보상 제도는

업무 성과 두드러지면 연봉 100%까지 보너스

LG화학 산업재 사업본부 이승구 대리는 2005년 미국 현지에서 채용됐다. LG화학 최고경영진이 해외 유명 대학을 직접 방문해 채용설명회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글로벌 리크루팅’을 통해 입사한 것. 당시 미국 뉴욕대에서 마케팅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던 그는 “외국까지 와서 인재를 뽑는 모습을 보며 인재를 중시하는 기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신입사원 공채를 포함해 국내외에서 인재를 채용하는 방법이 11가지나 된다. 업무의 특성별로 적합한 능력을 지닌 인재를 뽑기 위해 다양한 채용 방법을 도입한 것이다.

공채는 직무별 채용으로 진행된다. 구직자가 희망 직무를 적어 내면 직무별로 면접을 치르는 형식이다.

2005년부터 임원진이 해외로 나가 직접 우수한 인재를 뽑는 글로벌 리크루팅을 시행하고 있다. 글로벌 리크루팅은 경영학 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BC(Business & Campus)투어’와 연구개발(R&D) 인력을 채용하는 ‘테크 페어(Tech Fair)’로 나뉜다. 지금까지 50여 명이 글로벌 리크루팅을 통해 입사했다.

LG화학은 국내 대학 3, 4학년생과 석박사 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졸업 후 입사 기회를 주는 ‘산학장학생’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런 채용 과정을 ‘구입한다(buy)’고 표현한다. 충분한 보상을 주고 인재를 영입한다는 뜻.

입사한 인재들은 ‘만들어지는(make)’ 과정을 거친다.

LG화학은 각종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직원들의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뛰어난 업무 성과를 보인 직원에게 기본 연봉의 20∼10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골든 칼라 인센티브’가 대표적이다. 국내외 경영전문대학원 과정, 지역 전문가 과정, 연구 개발 박사학위 취득 과정 등으로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LG화학 HR 담당 육근열 부사장은 “LG화학이 바라는 인재는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차별화된 역량으로 차별화된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이라며 “역량은 물론 조직 구성원과 어울릴 수 있는 인성과 태도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 ‘스피드 경영’… 조직은 보수적

‘우리 회사 위기의 실체는 무엇인가?’

LG화학 사보(社報) ‘LG화학 패밀리’는 올해 2월호부터 ‘회사 위기의 실체 공유’라는 주제를 내걸고 기획 연재물을 싣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조3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3340억 원과 3290억 원이나 됐다. 그러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21%, 18% 줄어든 것에서 위기 의식을 느낀 것.

회사는 즉각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사업부별로 원인을 진단하고 극복 방안을 찾기로 했다. 사보의 연재 기사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스피드 경영’을 내세운 LG화학의 대응법이다.

LG화학 임원 13명과 과장, 차장급 직원 23명에게 이 회사의 강점을 물었다. 이들은 주로 ‘화학 산업의 기술 발전을 선도하는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과 시설’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개 능력’ ‘연구개발 역량’ ‘수직 계열화된 사업구조와 과정별로 교차 활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공정 지식’ 등 ‘기술력’을 앞세웠다.

기술력 확보는 고객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재 기업에 특히 유리하다. 여수공장 공무공장장 안태성 상무는 “고객의 요구를 선도한다는 점이 LG화학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김반석 사장이 2005년 말 취임 직후부터 줄곧 강조해 온 ‘스피드 경영’도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추진됐다. 김 사장은 “속도가 2배면 성과는 4배로 급증하지만 속도가 절반이면 성과는 4분의 1로 떨어진다”며 속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장 변화를 먼저 감지하고 고객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라는 주문이었다.

임직원의 대답 가운데는 ‘LG그룹의 모태로서 갖는 높은 애사심’ ‘훌륭한 전통’ ‘국내 1위 화학회사라는 자부심’ 등을 꼽은 사람도 많았다. 한 직원은 “LG화학은 지난 60년 동안 국내 화학업체를 선도해 온 업체”라며 “1위 화학회사라는 자부심이 여러 가지 형태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편 외부 전문가들은 최고경영자(CEO)의 경쟁력에도 후한 점수를 줬다. 본보는 국내 증권사 석유화학 담당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LG화학의 강점을 조사했다. 조사에 응한 애널리스트 8명 가운데 6명이 김 사장의 스피드 경영 등 리더십을 강점의 하나로 꼽았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는 LG화학의 전신은 락희화학공업사.

1947년 부산에 90평 규모의 공장을 차려 20명 정도의 직원이 ‘럭키크림’을 생산한 것이 LG화학의 시작이자, LG그룹의 시작이다. 현재 LG화학의 직원은 1만428명. 직원 수만 따져도 50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이런 오랜 역사와 전통은 LG화학의 자긍심이면서 반대로 회사의 발목을 잡는 약점이기도 하다. LG화학 임직원들은 이 회사의 약점으로 ‘보수적인 의사결정 구조’ ‘오랜 기간 불황을 겪지 않고 몸집을 불려 유연성이 떨어지는 뻣뻣한 몸통’ ‘국내 전투에 강하지만 국제 전쟁에 대한 전략과 전술은 부진한 점’ ‘만들면 팔린다는 생산자 중심적인 사고’ 등을 꼽았다. 내부 고객의 날선 지적이다.

고객에게 대응하는 ‘스피드’는 어느 정도 갖춰졌을지 몰라도 내부 변혁은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는 뜻이다. 한 임원은 “장치산업의 특성인 시장 경쟁력과 변화에 대한 적응 속도가 빠르지 못한 것이 약점”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익명을 전제로 “1등을 유지하려면 효율성을 추구하는 조직문화를 갖춰야 하는데 LG화학은 이런 측면에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석유화학, 산업재, 정보전자소재 등 3개 분야를 아우르는 사업 구조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의 중심이다.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석유화학 사업, 산업재 사업)과 미래 성장 동력(정보전자 소재 사업)이 적절하게 더해진 사업구조를 강점으로 꼽은 임직원과 애널리스트가 많았다.

반면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LG화학의 약점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고(高)유가로 발생하는 원가상승 압력, 중국과 중동 지역의 석유화학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량 증가는 LG화학의 위협 요인이다. 석유화학 사업 부문의 매출 비중이 60%가 넘는 사업 구조 때문이다. 생산품의 대부분이 경쟁이 치열한 중간 소재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됐다.

생산설비에 비해 수요처가 적어 고전하는 2차 전지사업이나 LG필립스LCD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광판 사업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전지 생산라인의 가동률이 높아지고 해외 경쟁사 제품의 기술적 결함이 발견되면서 올해부터는 수요처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편광판 사업도 시장 개척에 힘쓰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위원은 “2004년과 2005년 ‘배터리 리콜 사태’ 후 LG화학 전지의 대외인지도가 약화돼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러나 이런 부진은 앞으로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위기 요인이면서 기회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입사 선호 업종별 No.1’ 소개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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