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1000경기 출전 이치로, 그가 남긴 것들

  • 입력 2007년 5월 25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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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천재’ 이치로 스즈키(33)가 마침내 메이저리그 1000경기 출전 기록을 수립했다.

이치로는 25일(한국시간)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와의 경기에 1번타자로 출전,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1000경기 출전의 금자탑을 쌓았다. 2001년 메이저리그에 첫 발을 들인 후 7시즌만에 이룬 쾌거.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한 이치로는 부상자 명단에 단 한 번도 오르지 않았으며 매 시즌 157경기 이상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시즌에도 결장 없이 전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만 하더라도 이치로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최고의 타자로 활약했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뛰고 있는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 이치로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으며, 팬들의 심장을 두드리는 ‘Most Exciting Player’가 됐다.

이치로의 센세이션은 첫 시즌부터 시작됐다.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27살 중고신인은 빠른 발, 정확한 타격, 강한 어깨, 물샐 틈 없는 수비, 탁월한 클러치 능력으로 야구팬들의 넋을 빼놓았다.

타석에서는 가장 위협적인 타자였으며, 외야에서는 가장 믿음직한 수비수였다. 그리고 루상에서는 주루센스와 스피드를 겸비한 득점 가능성이 가장 높은 주자였다. 한 가지 부분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기 힘든데, 이치로는 모든 부분에서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다.

검을 휘두르는 듯한 독특하면서도 멋진 타격폼, 푸른색이 들어간 고글 등 그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관심의 대상이 됐다. 1루주자 터렌스 롱을 3루에서 잡아낸 환상적인 어시스트, 원바운드 공을 때려낸 안타 등 그가 만들어낸 하이라이트 필름도 수 십 편을 넘는다.

이치로가 합류하면서 시애틀 매리너스도 놀라운 기록을 수립했다.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이 116승과 타이를 이룬 것. 시애틀 프랜차이즈의 유일한 세자릿 수 승리 시즌이었다.

157경기에 출전해 692타수 242안타, 홈런 8 타점 69 득점 127 도루 56 타율 0.350을 기록한 이치로는 리그 MVP, 신인왕, 올스타, 타격왕, 최다안타왕, 도루왕, 골드글러브, 실버슬러거를 싹쓸이 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후에도 이치로의 고공비행은 멈추지 않았다. 6시즌 연속 올스타, 골드글러브, 100득점, 200안타, 30도루, 3할 기록을 이어갔다. 2007시즌에도 큰 이변이 없는 한 이 기록은 모두 계속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2004시즌 조지 시슬러가 1920년 작성한 단일시즌 최다안타(257개) 기록을 84년만에 갈아치웠으며, 2004년 8월에는 한 달 동안 무려 56개의 안타를 때려 1936년 로이 웨들리 이후 가장 많은 월간안타를 기록한 선수가 됐다.

2005년 5월에는 696경기만에 1000안타를 달성, 척 클라인(683)과 로이드 와너(686)에 이어 역대 3번째로 700경기 전에 1000안타를 돌파한 선수가 됐고, 지난해에는 일본 대표팀 주장을 맡아 일본을 WBC 대회 우승으로 이끌었다.

또 지난해와 이번 시즌에는 무려 45연속 도루를 성공시켜 1995년 팀 레인스가 작성한 AL 연속 도루 기록도 자신의 것으로 바꿔 놓았다.

일본 프로야구에서의 기록까지 더한다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1994년부터 13시즌 3할을 기록했고 무려 2692안타를 때려냈다. 경기당 약 1.38개의 안타. 메이저리그 한 시즌 경기수인 162경기를 부상 없이 치렀다고 가정한다면 매 시즌 223.56개의 안타를 때려낸 셈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보여준 7년 연속(1994~2001) 타격왕, 베스트나인, 골든글러브의 명성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한 것은 물론,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도 아시아 선수가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의 성공은 ‘일본이 미국에 보낸 최고의 수출상품’이라는 표현까지 사용됐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이미 많은 것을 보여준 이치로가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갈지 모른다. 1973년생인 그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길게 잡더라도 앞으로 5-7년이 그의 선수생활이 될 것이다.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선수이기 때문에 최고의 위치에서 유니폼을 벗는다면 그의 선수생활은 3~5년으로 단축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메이저리그에서의 2000안타는 그리 어려운 기록이 아니다. 또한 10년 연속 3할, 100득점, 골드글러브, 올스타, 200안타도 이치로에겐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가 예상치 못한 또 다른 기록과 믿기 힘든 장면을 만들어낼지 모른다. ‘4할 타율’, ‘4번타자로 출전하는 이치로’, 그리고 항상 자신의 마음 속에 담아 놓고 있는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삼진을 잡아내는 것’ 등…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만화에나 나올법한 플레이어인 이치로이기에 그의 또 다른 도전이 기대된다.

[사진=이치로 스즈키 (사진=스포츠동아 정재호) ]

임동훈 스포츠동아 기자 arod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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