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이란 정부 교란 비밀공작 계획 승인"

  • 입력 2007년 5월 23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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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이란 정부를 흔들기 위한 미 중앙정보국(CIA)의 비밀 공작계획을 은밀히 승인했다고 미국의 ABC 방송 인터넷판이 22일(현지시각) 전했다.

ABC는 전·현직 미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CIA가 대 이란 선전과 역정보, 이란의 통화(通貨)와 국제금융거래의 조작(manipulation)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비밀공작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ABC는 '이란 통화의 조작'이 이란 화폐의 위조도 의미하는지 등 '조작'의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미국은 북한의 달러화 위조를 미국에 대한 '경제전쟁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 공작계획 승인 때 공작 수행 과정에서 인명을 살해하는 치명적 무력의 사용은 불허한다는 의미의 '비치명적(nonlethal)' 소견을 붙였다고 ABC는 전했다.

알 카에다, 테러리즘, 핵 확산 등을 겨냥한 CIA의 비밀작전엔 인명 살해를 허용하는 의미의 '치명적' 소견이 붙어 있다.

CIA에서 이란을 포함한 중동국가들을 다루다 최근 은퇴한 브루스 리델은 "이러한 대 이란 비밀공작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를 확인도 부인도 할 수 없으나, 이란 정권에 압력을 가하는 방안을 모색해온 미국의 전반적인 접근 방식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고든 존드로 대변인을 비롯해 백악관과 CIA는 정보 사항이나 비밀활동에 대해선 논평하지 않는다는 입장만 밝혔다고 ABC는 전했다.

CIA는 대 이란 정부교란 공작계획을 지난해 수립, 백악관과 정보기관 고위관계자들의 승인을 받았으며, "특히 이 계획 전 과정은 엘리엇 에이브럼스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의 지원을 받았고 스티브 해들리 보좌관은 이를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 계획에 정통한 정보기관 소식통이 말한 것으로 ABC는 전했다.

에이브럼스 부보좌관은 '네오콘'으로 부시 행정부에 남아있는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도 알려졌으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이란-콘트라 사건에 연루돼 유죄 선고를 받았으나 1992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에 의해 사면됐었다.

리델은 "체니 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론을 지원해왔다는 점에서, 이런 비밀공작 계획이 승인된 것은 군사공격이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공작계획이 지역정세를 감안하면 상승작용을 통해 정세를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외교협회의 발리 나스르 연구원은 "그 지역에선 이미 미국이 이란 내 반정부 세력과 이란 바깥의 반 이란 세력을 지원하는 등 대리전이 진행 중"이라며 "이 비밀계획은 신속한 이란의 보복을 초래해 상황 악화의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ABC는 이란과 파키스탄 및 아프가니스탄 3국 접경지에 기지를 둔 이란 무장단체 '준둘라'의 대 이란 공격 활동을 미국이 지원·장려하고 있다고 올해 4월 보도한 사실을 상기시키고,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준둘라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인 자금지원'은 부인하지만 준둘라 지도자와 정기적인 접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일요일 이란 TV방송은 현금 50만 달러와 "민감한 지역의 지도" 및 "현대적인 스파이 장비"를 갖춘 10명이 이란 국경을 넘다 이란 당국에 체포됐다고 보도했고, 한 파키스탄 고위관계자는 이들이 준둘라 단원이라고 말했다고 ABC는 전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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