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쏘옥]‘최저가격’ 뒤에 숨은 최대함정

  • 입력 2007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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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약국에서 파는 박카스는 왜 저쪽 약국보다 20원이나 더 비싸죠? 다른 약도 더 비싸게 파는 거 맞죠?”

약사들은 약국을 운영하면서 가끔 이런 일을 겪는다고 한다. 박카스 가격으로 약국 간 가격 수준을 비교하려는 손님이 종종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카스 가격만으로 해당 약국의 약값 수준을 미뤄 짐작한다면 틀릴 확률이 적지 않다.

한 약사는 “비교가 어려운 전문 의약품은 오히려 더 비싸게 파는 약국도 일부 있다”고 귀띔했다.

‘최저가격으로 모십니다’ ‘세상에서 가장 싸게 팝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할인점을 비롯한 수많은 기업은 고객에게 싼 가격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을까.

‘경제학 콘서트’(웅진지식하우스)의 저자 팀 하포드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슈퍼마켓, 할인점과 각 기업은 항상 고객들에게서 최대한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애쓴다는 것이다.

이들은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가능한 한 가격을 높여 제품을 판매하는 반면, 가격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적정 수준까지 가격을 낮춰 그들을 고객으로 만드는 ‘가격 차별화 전략’을 사용해 수익을 최대화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즉, 가격 차별화란 동일한 상품에 대해 지리적 시간적으로 서로 다른 시장에서 각기 다른 가격을 매기는 일이다.

가령 비행기의 경우 같은 비행기를 타면 특정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똑같지만 일등석, 비즈니스석, 일반석 등 좌석마다 가격이 각기 다르다.

많은 비용을 낼 의사가 있는 고객에게는 일등석, 비즈니스석을 제공하고 그렇지 않은 고객에게는 일반석을 제공한다.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은 일반석보다 좌석이 훨씬 넓고, VIP고객 라운지를 이용하거나 먼저 비행기를 타고 내리게 하는 등 특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계속 많은 돈을 내고 이용하게 만든다.

특정 제약회사가 선진국보다 후진국에서 더 싼 가격으로 약을 파는 것도 같은 원리다. 이때는 ‘인도주의적 기업’이라는 평가를 덤으로 받을 수 있다.

대형 할인점도 마찬가지다. 인근 할인점에서도 파는 제품은 가격을 대폭 낮추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은 비싸게 판다.

이 때문에 ‘최저 가격’이라는 문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충고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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