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의 국내 정착, 아직도 어려움 산적"

  • 입력 2007년 5월 22일 14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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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되는 외래어부터 반공교육을 받은 분들의 시각까지 새터민이 부딪혀야 할 일은 끝이 없습니다."

새터민 김모(대학생) 씨는 22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 명동 이비스호텔에서 개최한 `2007 한국의 이주민 자녀 인권의 현주소' 포럼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 온지 5년이 지났고 같은 언어를 가진, 같은 민족이 사는 나라인데도 정착은 쉽지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씨는 "남한 사람들이 새터민에 대해 `정부가 그만큼 해줬으면 됐지 무엇을 더 원하느냐. 우리도 살기 힘든데 왜 자꾸 내려오느냐'는 말을 할 때 내 심정은 참으로 형언하기 어렵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하지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한다면 나라도 그렇게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새터민이 남한에는 귀찮은 손님 같은 느낌이 든다"며 "새터민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새터민 청소년에 대한 일시적인 관심은 오히려 역작용만 일으킬 수 있으니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또 청소년들이 배움에 있어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남한 친구들이 마음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애 재한몽골학교 교감은 "우리나라에는 50만 명의 이주노동자가 들어와 있고, 국제결혼율은 지난해 16%를 나타내는 등 급격히 늘고 있다"며 "우리 곁에는 다수의 이주노동자 자녀들이 편견과 차별로 열등감을 느끼고 부모의 관심과 사랑에 목말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감은 "우리나라 이주노동자 자녀들은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버지니아공대 총기사건은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라며 "폐쇄적 사회구조와 사회적 무관심, 언어의 장벽과 문화의 차이는 제2의 버지니아 공대 사건을 만들 여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으로 이주한 오랑거(15)양은 초등학교 2학년에 편입했지만 아이들이 놀리고 계단에서 미는 바람에 앞니가 부러지는 일까지 경험한 뒤 재한 몽골학교로 전학했다. 엥흐만다흐(13)군은 한국 유치원,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몽골어를 쓸 줄도, 읽을 줄도 모르는 상태가 돼 전학을 선택했다고 이 교감은 전했다.

조명숙 여명학교 교감은 "신체적 성장기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한 새터민청소년들은 왜소한 외모 때문에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남한사회에서 왕따가 되고 있다"며 "남북한 학제가 달라 학력인정 및 대학입학 기준도 매우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조 교감은 "새터민 청소년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반평균 깎아 먹는다'는 교사의 말이나 `북한에 이런 거 있어?', `이런 것 먹어봤냐'는 같은 반 아이들의 말에 자존심이 상하고, 인격권을 침해당하기 일쑤"라며 인권보호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버지니아 공대 총기사건 등을 계기로 우리나라 이주민과 그 자녀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과 차별문제를 집중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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