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한미 통상조약 체결 장소 논란

  • 입력 2007년 5월 22일 0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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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기 미국과의 통상조약이 인천에서 체결됐다. 그래서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 맥아더 장군 동상 등 미국 관련 기념물이 인천항 주변에 세워져 있다.

올해 125주년을 맞는 한미수호통상조약은 1882년 5월 22일에 맺어졌다. 이 조약을 맺은 장소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시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동구 화수동 132번지 화도진에서 한미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됐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시는 지난해 초 옛 영국영사관 자리인 파라다이스오림포스호텔(중구 항동)에서 이 조약이 체결됐다는 표석을 세웠다.

조약 체결지가 정확히 고증되지 않아 화도진과 옛 영국영사관 자리 2곳에 표석이 있게 된 것.

인천사연구소(소장 김상태)는 21일 파라다이스오림포스호텔에서 ‘조약 체결지로서의 인천’이란 주제로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박철호(43) 상임 연구원은 이 자리에서 조선왕조실록, 해외 선교사 기록, 인천부사 등의 자료를 인용해 “조약 체결지가 화도진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그는 1890년대 인천에 살았던 아펜젤러 미국 선교사와 인천내리교회 목사인 존스 선교사 기록을 꼼꼼히 살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아펜젤러 선교사는 1892년 ‘코리안 리포지터리’ 2월호에 ‘한국의 개국-슈펠트 제독의 증언’이란 글을 썼다.

이 선교사는 조약 체결을 위해 인천에 입항한 미국 스와타라호 선장인 쿠퍼와 슈펠트 제독에게서 전해들은 이야기를 잡지에 게재했다. 그는 잡지에 “조약이 체결된 장소는 현재 해관 세무사의 영빈관 자리”라고 썼다는 것.

내리교회 존스 목사는 1897년 10월 ‘코리안 리포지터리’에 ‘제물포’란 글을 통해 “미국인과의 조약이 체결된 곳은 해관 세무사의 거주지에 둘러싸여 있는 언덕배기라고 한다”라고 기록했다.

그는 1892년 인천 내리교회 3대 목사로 부임한 뒤 인천 영화초등학교를 설립한 교육자이기도 하다.

박 연구원은 고종실록에서 조선 대신인 정헌, 김홍집과 슈펠트 제독의 대화 기록을 살펴보았다. 실록 대화록에는 “해안 가까운 곳에 천막을 치고 조약을 맺자”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이들 기록을 종합하면 한미조약이 체결된 정확한 위치는 영국 영사관, 미국 영사관, 세무사 관사 주변의 언덕으로 좁혀진다는 것.

박 연구원은 “인천시가 제대로 고증된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영국 영사관 등 인천 개항장 복원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 엄두용 문화재 전문위원은 “한미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 장소를 정확하게 기록한 자료가 없다”며 “현재 남아 있는 해외자료에 따르면 화도진보다 파라다이스오림포스호텔 주변이 체결지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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