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값 보조금 단계적 폐지… 가격인상 불가피

  • 입력 2007년 5월 2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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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화훼농가 큰 부담… “속 타네”

산업자원부가 연탄 가격의 단계적 인상과 정부보조금 축소를 통한 가격 현실화를 추진하기로 한 것은 현행 제도로는 급증하는 연탄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유가로 연탄 수요가 급증하는 현실에서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해 연탄 가격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시스템으로는 수급난을 부채질할 수밖에 없고 예산 부담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격 현실화로 연탄 수요를 억제하고, 연탄용 무연탄 수입을 통해 연탄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대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대책을 본격 추진할 경우 연탄 의존도가 높은 서민 및 화훼농가 등의 반발이 예상돼 앞으로 적지 않은 마찰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성수기 앞두고 사재기 우려

산자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현재 1000Cal의 열량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탄이 30.8원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등유는 130.4원, 액화석유가스(LPG)는 120.1원, 액화천연가스(LNG)는 73.9원이다. 등유 값은 연탄의 4.23배, LPG는 3.9배나 되는 셈이다.

이 같은 가격 차이는 연탄 수요를 부채질하고 있다. 국내 연탄 소비량은 2004년 3억8500만 장에서 2006년 6억7500만 장으로 크게 늘었다.

산자부는 국내 연탄 사용 가구가 20만∼30만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산자부 당국자는 “화훼농가 등이 온실 연료를 석유제품에서 연탄으로 전환하는 등 초과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며 “화훼농가 1가구의 연탄 소비량이 저소득층 가구의 40배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연탄 제조 원가와 소비자 판매가의 차이를 보전하기 위한 정부의 보조금 예산도 2004년 1952억 원에서 올해 3390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연탄 가격을 인상할 방침이다. 그러나 올해 말 대선 등의 변수가 있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인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성수기를 앞두고 가격을 올릴 경우 ‘사재기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겨울 성수기 이후 수요 변화를 지켜본 뒤 내년 4월경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실제 시행까지는 난관도 예상

연탄 가격이 오르면 당장 연탄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층 가구가 피해를 보게 돼 반발도 예상된다. 올해 2월 현재 기초생활수급대상 가구(81만7632가구)의 4.8%인 3만9165가구가 연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 서민층을 돕기 위해 올해 가격 인상분에 해당하는 가구당 평균 100여 장씩의 연탄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부양 자녀가 있는 저소득층 고령자는 지원 대상에서 빠지는 등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연료를 연탄으로 전환한 화훼농가 등의 원가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무연탄 수입을 재개해 단기적인 공급 부족을 해소할 방침이다. 지난해 국내 무연탄 수요는 472만 t인 데 비해 국내 7개 탄광에서 생산된 무연탄 공급량은 282만 t에 그쳐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족한 무연탄은 비상시를 대비해 정부가 비축한 재고로 충당했지만 연탄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마저 2, 3년이면 바닥을 드러낼 처지다.

대한석탄공사 관계자는 “국제 시세와 안정적인 공급 등의 전제조건이 충족된다면 북한산 무연탄 수입도 검토하고 있다”며 “이달 초 북측과 협의했다”고 밝혔다.

무연탄 수입이 재개될 경우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대책에 따라 구조조정이 진행된 국내 탄광업계가 반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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