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사모펀드에 투자… 외환운용 ‘공격형’ 전환

  • 입력 2007년 5월 2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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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20일 미국의 사모(私募)펀드 블랙스톤 그룹에 3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방대한 외환보유액을 지닌 중국이 안정적인 미국 재무부 채권에 주력하던 투자 관행에서 벗어나 모험적인 자산 투자로 눈을 돌리는 최초의 움직임이다.

중국 정부는 이날 블랙스톤과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올해 말쯤 설립될 중국의 새 국가외환투자공사가 블랙스톤과 투자 운용 계약을 했으며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형태로 참여할 뜻을 밝혔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중국이 설립할 투자회사는 싱가포르의 ‘테마섹 홀딩스’를 모델로 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운영 자금의 규모는 2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중국은 성명에서 블랙스톤이 당초 계획된 초기 40억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마무리한 직후 블랙스톤의 지분을 10% 이하 한도에서 보유할 계획이며 적어도 앞으로 4년간 투자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4년 뒤 중국은 매년 10억 달러 한도에서 투자를 회수할 수 있으며 1년 동안은 다른 경쟁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없도록 했다.

사모펀드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사들여 재무 건전성을 호전시킨 뒤 되팔아 이익을 내는 대표적 ‘고위험-고수익’ 자산으로 꼽힌다. 특히 블랙스톤 그룹은 한 해 830억 달러를 운영해 사모펀드 1위에 올라 있으며 공격적 자산 운영으로 유명하다.

중국은 그동안 1조2000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 중 70%가량을 안정적이지만 수익률이 낮은 미국 재무부 채권이나 달러화 자산에 투자해 왔다. 따라서 이번 사모펀드 투자 합의는 더 수익성이 있는 투자로 전환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블랙스톤 창업자인 스티븐 슈워츠먼 씨는 “이번 합의는 세계적인 자본 흐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은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내 영향력을 구축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터 모리시 메릴랜드대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영향력이 상당한 블랙스톤의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미국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중국이 투자 패턴을 바꿔 미국 채권 구입을 줄일 경우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동안 미국의 예산 적자를 지탱해 준 것이 바로 중국의 채권 매입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3월 “그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위안(元)화 가치를 절상하라는 미국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번 투자 발표가 워싱턴에서 22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중-미 간 고위급 경제 전략대화를 앞두고 이뤄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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