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년 난맥도 모자라 임기 말에 2단계 균형발전?

  • 입력 2007년 5월 20일 21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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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판에 2단계 국토균형발전계획(관련 법안)을 국회에 내놓고 밀어붙여 보자”고 말했다. 각 정당과 후보가 지역주민의 표를 의식해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발언으로 읽힌다.

현 정부가 지난 4년간 강행한 이른바 지역균형발전 정책만 하더라도 숱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행정복합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혁신클러스터 국제자유도시 등 갖가지 이름의 개발정책은 전국 곳곳을 땅 투기장으로 만들었다. 땅값 급등은 현 정부가 강조해 온 ‘양극화 해소’가 아니라 ‘양극화 심화’를 불렀다. 현 정부 아래서 풀린 토지보상금은 60조 원에 이르고 내년 말까지 50조 원이 더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 국민의 세금이다.

땅값 급등은 기업들의 투자를 더 어렵게 하고, 땅값이 싼 외국에 대한 경쟁력 약화를 부채질한다. 결국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발목 잡는다. 일부 지주(地主)는 한몫 잡았는지 몰라도 막대한 보상금이 부동산에 재투자돼 땅값뿐 아니라 수도권 집값 폭등의 요인이 됐다. 정부는 집값을 안정시킨다며 반(反)시장적 정책을 쏟아냈지만 애당초 집값 폭등의 원인을 제공한 게 바로 정부다.

그러고도 모자라 2차 균형발전계획을 성급하게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친노(親盧) 세력의 대선 전략을 돕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2002년 대선 때 행정수도 공약으로 재미 좀 봤다는 노 대통령답다. 문제는 이런 정책이 결국 다수 국민의 세금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사실이다.

지역발전 계획도 국가 전체의 경쟁력 제고, 성장 촉진, 고용 증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 그간의 정책이 낳은 부작용 위에 또 졸속으로 2차 계획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무책임하다. 지방 이전 기업이나 지방 창업 기업에는 법인세를 50%까지 깎아 주고, 일정 규모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면 도시개발권까지 주겠다는 ‘포장’만 보고 판단할 일은 아니다. 관련 법안이 한번 입법되면 쉽게 물릴 수도 없기 때문에 계획의 비용과 편익을 전체 국민의 차원에서 치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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