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명박 씨, 黨개혁 외치며 성추행 의원에 도움 청했나

  • 입력 2007년 5월 17일 2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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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그제 강원지역 방문 중 최연희(무소속·동해-삼척) 의원을 자청해서 만났다. 이 씨의 비서실장 주호영 의원은 “당에서 같이 일한 분으로 예의상 만남을 요청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씨는 요즘 표밭갈이에 워낙 바빠 단순히 ‘예의’ 때문에 누구를 만날 여유가 없어 보인다. 최 씨는 “이 전 시장이 연락을 해 와 잠깐 만났다. 도와 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최 씨는 성추행 사건을 일으켜 한나라당에서 쫓겨나다시피 탈당했으며, 반년 전 1심 재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한나라당의 개혁 과제 1호는 ‘부패’이겠지만, 각종 반도덕적 반윤리적 저질 행태 역시 수권정당이 되기 위한 중요한 개혁 과제라고 우리는 본다. 최 씨는 그 표본적 사례를 보여 줬던 사람이다.

이 씨는 그제 강원지역 방문에 동행한 본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경선 룰을 양보한 것은 한나라당의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기 위한 1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이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득권에 집착하고 부정과 비리가 있는 정당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그날 이 씨는 배석자 없이 최 씨를 만났다. 한나라당에서 불명예 탈당한 지 1년 2개월 이상 된 최 씨에게 왜 새삼스럽게 ‘예의’를 표했어야 했는가. 당장 득표에 도움이 된다면 도덕성 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다는 인식에 따른 처신은 아닌지 자문(自問)해 볼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 씨 캠프 주변 인물 가운데는 ‘불미(不美)하거나 석연찮은 전력(前歷)’의 소유자가 없지 않다고 한다. 이 씨는 ‘대선 이전에 당을 개혁할 시간이 필요해 8월 경선을 미룰 수 없다’는 말도 했다. 개혁은 자신과 측근의 문제에서부터 엄정하게 해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고, 뒤탈도 예방할 수 있다. 누구든 국가 지도자가 되려면 발밑의 오만과 부패 가능성부터 도려내는 냉철함과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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