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경선체제 본격 돌입…李·朴 캠프 분주

  • 입력 2007년 5월 17일 1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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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경선이다.

한나라당이 본격적인 경선체제로 돌입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이 4개월에 걸쳐 이전투구를 벌였던 경선 룰이 ‘8월, 23만 명’ 안(案)으로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이다. 새 경선 룰은 오는 21일 전국위원회에서 추인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이달 말 경선관리위원회와 검증위원회 구성을 신호탄으로 본격적인 경선 준비에 들어간다.

경선일정은 6월 초까지 경선 후보 등록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현행 선거법은 당 경선 후보로 등록한 뒤에는 탈당해서 무소속이나 다른 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후보 등록만 이뤄지면 당이 쪼개질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빠른 시기에 후보 등록을 받을 방침이다.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28일 사이에는 네 차례의 대선후보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첫 토론회는 29일 대전에서 경제 분야를 주제로 열린다. 다음달 8일과 19일에는 각각 광주와 부산에서 교육·복지 분야와 통일·외교·안보 분야를 주제로 격론을 벌인다. 6월 28일에는 서울에서 종합 토론회를 갖고 ‘집권비전 선포식’을 연다.

7월 초순부터는 당 대선후보들이 전국을 순회하며 합동 및 개별 유세를 한다. 8월 17일에는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8월 18일 또는 19일에는 전국에서 동시 투표가 진행된다.

李측 “경선보다는 본선을 준비한다”

경선 일정 윤곽이 잡히면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진영은 경선 채비에 분주하다. 양측은 경선 룰 공방으로 미뤄졌던 경선 선거대책본부 구성을 서두르는 등 조직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전 시장 측은 이번주에 여의도에 대선 캠프를 출범시키고 다음주에는 선대본부의 인선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선대위원장에는 5선인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이 확정됐고 부위원장에는 캠프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유력시되고 있다. 분야별 본부장과 조직·공보·홍보 분야에는 재선급 이상 중진을, 비서실장과 대변인에는 초선의원을 배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시장 측은 선대본부 출범과 함께 지역별 직능별 조직책과 정책 자문단 일부를 공개하는 등 세 과시에도 나설 방침이다.

또한 다음주 중 대외정책을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분야별 정책을 잇달아 내놓을 계획이다. 슬로건으로는 ‘일하는 대통령’ ‘잘 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 전 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선에 ‘올인’해서는 안 된다. 본선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대세론을 더욱 굳혀 당내 경선과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에 자신감이 충만해 있다고도 했다.

정 의원은 ‘이명박 대세론’을 굳히기 위해 “당의 외연을 넓혀 ‘산토끼(외부인사)’를 많이 끌어오는 한편 정책 홍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정책 홍보를 통해 이 전 시장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민심에 대한 지지율을 더욱 높이고 외연을 확대해 당심도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 시장 진영의 최근 행보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전 시장은 지난 15일부터 대전·강원 등지의 지방을 돌며 정책행보를 재개했다. 캠프 내 박창달 전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비선조직은 지지자를 접촉하거나 인사 영입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달 말 당내 후보 검증위원회가 발족되면 거세게 휘몰아칠 ‘검증 논란’에 대해서 대비하고 있다. 박형준 의원은 “소문으로 떠돌던 ‘이명박 X파일’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해 왔고 이미 많은 부분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별 내용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朴측 “6월말이면 지지율 역전시킬 것”

박 전 대표 캠프는 이달 말 당 선관위가 꾸려지면 선대본부 체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또한 후보 등록과 경선 출마를 동시에 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도 마련했다.

선대본부는 현 캠프 구성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박 전 대표가 사람을 한번 뽑으면 잘 바꾸지 않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선대위원장은 안병훈 캠프 본부장이, 선대본부장은 3선의 김무성 의원과 재선의 허태열 의원이 공동으로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은 유승민 의원, 공보는 이병기 전 청와대 의전수석비서관, 홍보는 백기승 전 대우그룹홍보이사, 대변인은 한선교 의원, 상황실장은 최경환 의원, 비서실장은 유정복 의원이 각각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던 서청원 전 대표는 고문직을 유지하며 외곽 지원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유정복 의원은 당내 경선과 관련해 “지금까지 줄곧 경선을 위해 뛰어왔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준비할 건 없다”며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되고 거기서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하면 그에 맞춰 행동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은 “승리를 위해 그동안 준비해온 역량을 총동원할 거다. 조직도 최대로 가동하고 정책 홍보에도 주력해 국민 신뢰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했다. 당 내외 조직을 총동원해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당심을 더욱 굳히고 정책 신뢰도 제고를 통해 이 전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도 좁히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박 전 대표 측은 검증의 필요성을 전면에 내세워 이 전 시장을 공략함으로써 지지율 역전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검증을 네거티브로 몰아붙이는 이 전 시장 측의 행태는 검증을 받지 않겠다는 논리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최경환 의원은 “경선룰이 타결됐으니 바로 검증 국면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캠프 내에서는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6월 말을 기점으로 이 전 시장을 앞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캠프의 원내 좌장인 김무성 의원은 16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는 5년 동안 퍼스트레이디를 경험했고 2년 3개월 동안 제1야당의 대표로서 국정에 대해 굉장히 깊이 있고 넓은 경험을 했다. 6월말이면 지지율을 역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박 전 대표 캠프는 슬로건으로 ‘원칙과 신뢰의 지도자’ ‘화합의 지도자’ ‘서민 대통령’ 등을 검토 중이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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