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엔 여성도 호주”… 단성현 호적기록 조사

  • 입력 2007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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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7년 작성된 안동 권씨 동계공파 종택의 호적문서. 사진 제공 휴머니스트
1777년 작성된 안동 권씨 동계공파 종택의 호적문서. 사진 제공 휴머니스트
얼마 전만 해도 남성이 가계의 대표가 되고 이를 계승토록 한 호주제의 존폐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봉건 가부장제가 뿌리 깊었던 것으로 알려진 조선시대에 일찌감치 ‘여성 호주’가 존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손병규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는 최근 펴낸 저서 ‘호적’(휴머니스트)을 통해 이런 사실을 규명했다. 손 교수는 1606년부터 1923년까지 경상도 단성현에서 작성된 호적에 담긴 총 30만 명의 기록을 조사한 결과 기존에 생각해 오던 것과는 전혀 다른 조선의 시대상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남성의 전유물로만 생각했던 호주가 대표적이다. 1606년 단성현의 호적기록에는 여성 호주가 5명으로 전체 가구의 2.3%를 차지했다. 이 같은 비율은 1678년 4.1%, 1717년 5.8%, 1759년 11% 등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는 것.

손 교수는 “18세기에 이미 가부장적 부계질서가 확립되었다던 기존의 견해와 전혀 다른 양상”이라며 “조선의 현실 속에서 가부장적 질서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지배적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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