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방망이도 ‘부익부 빈익빈’

  • 입력 2007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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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포수 홍성흔은 얼마 전 한 경기에서 방망이를 3개나 부러뜨린 적이 있다. 방망이 가격은 개당 10만∼20만 원. 하지만 홍성흔은 방망이 살 돈 걱정은 하지 않는다. 방망이 제조업체에서 무상 협찬을 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2년차 내야수 ‘K’는 1년치 방망이 40자루를 구입하느라 600만 원을 썼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방망이 협찬을 받지 못한 탓이다.

보통 선수들은 시즌을 시작할 때 30∼40개의 방망이를 개인 비용으로 마련한다. 경기 중 방망이가 부러지면 구단이 70%에서 전액을 보상해 주지만 연습 때 부러진 방망이는 자비로 구입해야 한다.

롯데 이대호는 일본 Z사, 현대 이숭용은 미국 D사, 두산 김동주는 국내 M사에서 방망이를 협찬받는다. 이들 방망이 제작사는 선수의 체형에 맞춰 방망이의 굵기와 무게까지 맞춰 준다.

그러나 2군 선수들은 구단에서 일괄 제공하는 방망이를 쓸 수밖에 없다. 그나마 받은 방망이가 다 부러지면 직접 사야 한다.

두산 프런트 직원 유필선 씨는 프로선수 시절 일본 주니치의 오치아이 히로미쓰 감독에게 선물받은 ‘요술 방망이’를 잊지 못한다. 보통 방망이는 3, 4경기를 하다 보면 탈이 나기 마련인데 이 방망이는 1년 가까이 버텼다고 한다.

한 프로야구 관계자는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같은 방망이라도 1군과 2군에 납품하는 제품이 다르다. 좋은 나무로 만든 것을 우선적으로 1군 선수에게 제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산 방망이 제작사 측은 “특정 선수에게 좋은 방망이를 제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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