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충돌로 침몰하는 선박 외면한 중국 선원들

  • 입력 2007년 5월 13일 23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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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선적의 화물선 골든로즈호가 그제 새벽 서해상의 중국 해역에서 중국 컨테이너선과 충돌한 뒤 침몰해 한국인 선원 7명 등 16명이 실종됐다. 사고 선박의 조난 위치 자동발신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데다 중국 선박이 충돌 사실을 7시간이나 늦게 신고하는 바람에 선원 구조와 실종자 수색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배가 침몰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처했더라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중국 선박은 자국 항구에 입항한 뒤에야 당국에 “충돌사고를 당한 선박이 침몰할 것 같다”고 신고했다고 한다. 골든로즈호가 침몰할 줄 알면서 선원들을 구조할 생각도 없이 그냥 현장을 떠났다는 얘기다.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은 충돌 사고를 내거나 구조 신호를 받은 선박은 조난 선원을 구조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중국 선박은 사고 당사자이면서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 뺑소니나 다름 없는 범죄다.

정부는 중국 선박이 선원 구조를 외면하고 충돌 사실조차 늦게 신고한 경위를 철저히 파악하도록 중국 정부에 촉구해야 한다.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중국 정부가 외교 관례를 어기고 신고 접수 이후 13시간이나 지난 뒤에야 우리 정부에 통보한 것에 대해서도 엄중 항의해야 한다. 더구나 중국 당국은 우리 측의 공동수색 요청마저 거부했다.

우리 정부의 늑장 대처도 이해할 수 없다. 해양경찰청은 당일 오후 2시경 사고 해운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뒤 오후 8시경 외교통상부에 팩스로 통보했다. 외교부는 그로부터 3시간여가 지난 뒤에야 팩스를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사고 발생 21시간이 지나서야 대책본부가 설치되고 외교 채널이 가동될 수 있었다. 해경의 늑장 통보도 문제지만 이런 대형사고를 팩스로 알린 것이나 외교부가 이를 제때 확인하지 않은 것도 황당한 일이다.

자국민(自國民)이 관련된 국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정부기관 간의 신속한 연락과 정보 교류, 협조는 의무 이전에 상식이다. 서로 공조해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늑장 대처가 관련자들의 업무 태만 때문은 아닌지 규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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