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꾸니 바로 뜨네요”… 비결은 가게 재배치

  • 입력 2007년 5월 12일 03시 02분


코멘트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GFC)’ 내 한국EMC의 신호경(31) 과장은 잠자는 것만 빼곤 빌딩 지하에서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을 해결한다.

출근길엔 지하철역과 바로 통하는 지하 2층에서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 점심은 10개가 넘는 식당 중 하나를 선택한다. 병원 서점 네일숍 여성의류점 편의점 등 웬만한 건 다 있다.

GFC의 옛 이름은 ‘스타타워’다. 2004년 말 론스타에서 싱가포르투자청으로 주인이 바뀐 뒤 올해 초 개명(改名)했다.

지상 45층인 GFC는 강남 사무용 빌딩의 상징이지만 지하 리테일 몰은 영 ‘아니올시다’였다. 단기 매각에 치중한 론스타가 관리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빌딩 상가는 한번 망가지면 좀처럼 회복하기 어렵지만 GFC의 리테일 몰은 화려하게 재기했다. 비결이 무엇일까.

○ 동선(動線)의 과학

빌딩 관리 전문회사 BHP코리아의 박소현(36) 차장이 GFC 리테일 몰을 맡은 건 작년 6월. 지하 1, 2층 4500평의 상가 중 20% 이상은 비어 있었다. 영업 중인 상가도 배치가 뒤죽박죽이었다.

인테리어를 새로 했다. 지하철역과 통하는 지하 2층 입구는 판매시설, 중앙 에스컬레이터 주변은 스낵류 매장, 맨 구석은 ‘웰빙존’으로 짰다.

입구에 판매시설을 배치한 건 고객들이 물건을 산 뒤 바로 지하철로 이동할 수 있는 데다 진입로가 화려해야 상가 전체가 생동감 있게 보이기 때문. 도넛 가게는 골프용품점으로, 식음료 매장은 액세서리 전문점, 문구점은 여행사로 바꿨다.

에스컬레이터 주변은 당초 복도였다. 하지만 지하 2층에 들르면 반드시 이곳을 지난다는 점을 감안해 토스트 전문점, 음료 매장 등을 뒀다.

맨 안쪽은 상습 공실(空室)구역. 따라서 고객들이 일부러 찾아갈 만한 매장을 두기로 했다. 치과 피부과 한의원 네일숍을 유치했다.

지하 1층은 고급 음식점으로 꾸몄다. 한식 중식 일식은 물론 인도, 베트남음식 식당까지 다양하다. 주로 강남에서 인기 있는 체인점을 ‘모셔’ 왔다.

맥도날드 매장의 방승빈 지점장은 “식당이 늘어 매출 감소를 우려했지만 오히려 아이스크림과 커피 등 후식 위주로 손님이 늘었다”고 말했다.

○ 깐깐한 임차인 평가

현재 리테일 몰에서 공실로 남은 곳은 지하 2층 점포 한 곳뿐. 문구점 체인이 들어오겠다고 사정했지만 박 차장은 거부했다.

그는 “상가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임차인을 구해야 하고 강남이나 도심에서 이미 경쟁력이 입증된 점포를 유치하는 게 매장 관리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병원도 내과나 외과 대신 피부과 치과 등을 들였다. 높은 임차료를 감당하려면 수입이 많은 업종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소비여력이 큰 고객들이 자주 드나들 수 있어 주변 점포에도 도움이 된다.

박 차장은 “언뜻 보면 그냥 점포들이 나열돼 있는 것 같지만 상가마다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