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남들이 가지 않은 새 길을 열겠다”

  • 입력 2007년 5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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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0일 오전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17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뒤 지지자들의 축하 카네이션을 받고 있다. 이종승  기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0일 오전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17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뒤 지지자들의 축하 카네이션을 받고 있다. 이종승 기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10일 제17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일하는 대통령, 희망을 주는 대통령’을 강조했다.

경선 룰을 둘러싼 당내 분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예정된 일정이긴 하지만 출마 선언을 강행한 것은 현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 ‘일과 희망’이 키워드

이 전 시장은 “저는 늘 일하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일하는 법을 안다”면서 “일 잘하는 대통령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망’을 함께 얘기했다. 그는 “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대통령이 돼 기회의 나라를 다시 만들겠다”고 했다. 이 전 시장이 이날 강조한 일과 희망은 지금까지 자신을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하면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한 측근 의원은 “출마 선언문의 핵심은 ‘일’이다”며 “일로 승부를 건다는 이 전 시장의 생각이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았고, 다른 주자와 차별화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 시장의 출마 선언문은 이 전 시장을 돕고 있는 의원들과 자문 교수들의 합작품이다. 이 전 시장이 큰 방향을 잡았고, 막판까지 여러 차례 수정했다고 한다.

○ 달라지는 대권 행보

대선 출마 선언으로 이 전 시장의 대권 행보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시장 캠프는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이상 ‘예비주자 이명박’이 아닌 ‘차기 대통령 이명박’ 이미지를 확산시켜 대세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우선 국가와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일정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출마 선언 이후 첫 공식 행보를 판문점 방문으로 잡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11일 판문점에서 국가적 어젠다인 남북문제를 언급해 국가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할 계획이다.

12일부터 1박 2일간 광주를 방문하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 이 전 시장은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후 5·18기념 마라톤대회, 무등산 등반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출마 선언 이후 첫 지역 방문지로 호남을 선택해 동서 화합을 추구하는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시선도 당이 아니라 국민 쪽으로 돌리기로 했다. 박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국민후보’가 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앞으로는 당 문제에서 벗어날 예정이다. 당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대선후보로서 국민을 위해 할 일을 해 나갈 것이며 외연 확대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이날 “경선은 없다” “1000표 줄 테니 8월에 20만 명을 대상으로 경선을 하자”고 했지만 이 전 시장 측이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은 ‘경선 룰’ 논란이 당의 붕괴 위기로까지 이어질 경우 경선 무산의 가능성을 무릅쓰면서 중재안을 밀어붙일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선관위에 등록한 대선 예비후보의 당적 변경은 출마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당내 경선후보로 등록한 뒤에는 탈당하면 대선후보로 출마할 수 없게 된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출마선언문 요지

저는 오늘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10년 우리는 발전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낙관의 역사가 비관의 역사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 책임은 리더십에 있습니다. 무능한 이념 세력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지 못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힘을 믿습니다. 긍정의 힘을 믿습니다. 그런데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리더십을 바꿔야 합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새 길을 여는 창조적 리더십이어야 합니다.

국민이 잘사는 나라는 중산층이 두꺼운 나라입니다. 중산층의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기회의 나라를 다시 만들겠습니다.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 살맛 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합니다.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 주는 대통령이 되고자 합니다. 저는 늘 일하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일하는 법을 압니다. 말 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일 잘하는 대통령이 되길 소망합니다.

나라의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정권을 교체해야 합니다. 한나라당이 유일한 대안입니다. 저는 한나라당의 후보로 반드시 정권을 교체하고야 말 것입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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