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 속일때… 엄마 지갑서 돈 훔치는 기분이죠”

  • 입력 2007년 5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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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got Punk'd(나 완전히 속았어).”

최근 미국 젊은층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상대의 속임수에 넘어갔거나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다는 뜻이다.

이 말을 유행시킨 사람은 영화배우 애슈턴 커처(29). 영화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나비효과’에 출연한 그는 미국판 몰래카메라 TV프로그램 ‘펑크드(Punk'd)’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2003년부터 미국 MTV에서 방영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영화배우 데미 무어(45)의 16세 연하 남편이기도 하다.

국내 케이블채널 MTV는 10일 ‘펑크드’(매주 목요일 오전 11시)를 방영할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을까?

“목적은 별거 없었습니다.(웃음) 그냥 주변 친구들에게 장난을 걸어 시청자를 웃기려고 한 것일 뿐인데, 이처럼 엄청난 인기를 얻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펑크드’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스케일로 미국 스타들을 속여 왔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 역을 맡았던 엘리야 우드는 담뱃불을 붙이다 경찰에게 방화범으로 몰리고, 가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는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를 막고 서 있는 차를 밀다 차가 폭발해 크게 놀란다.

영화 ‘엑스맨’의 주인공 휴 잭맨은 친구 집에 불을 질렀다는 오해를 받는다. 이들이 곤혹스러워하는 순간, 커처가 “You got Punk'd”라면서 등장한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을까?

“그냥 툭 튀어나온 생각으로는 스타들을 속일 수 없어요. 평소 기발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골탕 먹일 100여 명에 대한 초안을 냅니다. 그리고 토론을 통해 누구를 찍을 것인지 가려낸 뒤 각각 맞는 각본을 짤 정도입니다.”

국내 MTV가 9회 예정으로 방영할 ‘펑크드’는 올해 4월부터 최근까지 미국에서 방영된 것이다. 여기에는 배우 힐러리 스왱크, 미국프로농구 스타 매직 존슨 등을 속인 에피소드들이 나온다.

“펑크드의 매력은 조금은 재밌기도 하고, 조금은 무섭기도 하고, 무엇보다 조금은 야비한 데 있습니다. 스타들을 속이는 동안 정말 긴장되고 흥분됩니다. 아∼ 꼭 엄마 지갑에서 돈을 훔칠 때 기분이랄까.(웃음)”

커처는 평소 남에게 속은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한국 방송에도 개그맨이 진행하는 ‘몰래카메라’ 프로그램이 있으며 한국 연예인들은 잘 속지 않는다고 말하자 “나는 다르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은 속이기 어렵다고요?(웃음) 하지만 우리가 더 잘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우리는 성공률 95%를 자랑합니다.”

그는 “스타들을 속이기 위해 친분을 자주 이용하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으려고도 한다”고 말했다.

“아는 사람을 속이는 게 더 재미있어요. 더 심하게 밀고 나갈 수도 있으니까요. 중요한 점은 더는 나가면 안 될 때를 아는 것입니다. 시청자들에게 스타를 훔쳐보는 쾌감을 줘야 하지만 스타에게 상처를 줘서도 안 됩니다. 내가 미안하다고 느낄 정도로는 하지 않을 겁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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