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정동영 전 의장, 盧대통령과 ‘전면전’

  • 입력 2007년 5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한 정책발표회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김 전 의장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야말로 구태정치”라고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종승  기자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한 정책발표회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김 전 의장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야말로 구태정치”라고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종승 기자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새마을운동중앙회 사무실에서 회장인 이수성 전 국무총리와 범여권 통합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차를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새마을운동중앙회 사무실에서 회장인 이수성 전 국무총리와 범여권 통합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차를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이 7일 열린우리당 해체를 주장하는 정동영,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겨냥해 ‘구태정치’ ‘잔꾀정치’라며 비난한 데 대해 8일 두 전직 의장이 대대적인 반격전을 펼쳤다.

노 대통령은 이날 직접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으나 비서실 정무팀이 ‘청와대브리핑’에 글을 올려 노 대통령을 엄호했다. 청와대와 두 전직 의장의 갈등이 열린우리당의 행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김근태, “노 대통령이 구태정치 하고 있다”

이날 오전 자신의 첫 정책발표회를 위해 국회 귀빈식당에 나타난 김 전 의장은 붉게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뗏목을 만들어 강을 건넜으면 그 뗏목을 다른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놔두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노 대통령과 추종자는 뗏목을 메고 산길을 가자고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김근태는 구태정치’라는 방식으로 상대방에 딱지를 붙이고 매도하는 것이 노무현식 분열정치”라며 “대통령은 ‘외부 선장론’을 거론하며 내부 예비후보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더니 외부 선장에 해당하는 고건, 정운찬 씨에 대해 혹평을 가해서 결국 낙마시켰다. 그게 구태정치다”라고 비난했다.


[촬영: 이종승 기자]

그는 “당 의장 시절 언론 인터뷰를 통해 4년 연임 개헌을 주장하자 대통령이 전화해 ‘지금 나를 비판한 것이냐’고 따졌던 비화를 소개하면서 “전화로 험한 비판을 해 놓고 이후 내가 주장한 원 포인트와 똑같은 4년 연임제 개헌을 하겠다고 했는데 김근태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에도 “누가 구태고, 누가 살모사냐”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이병완 씨는 전날 김 전 의장 등을 겨냥해 ‘살모사 정치’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 정동영, “열린우리당이 아니라 닫힌 우리당이다”

노 대통령의 공격에 비교적 신중하게 대응했던 정 전 의장은 7일 밤 본보 기자와 만나 “나는 싸움꾼이 아닌데…”라고 말한 뒤 밤을 새워 장문의 글을 썼다. 노 대통령의 ‘정치인 노무현의 좌절’에 대한 답글이다.

정 전 의장은 8일 공개한 글에서 “열린우리당이 더는 개혁과 통합의 원칙을 달성할 수 없는 정당이라고 국민은 심판해 왔다. 그런데도 되풀이해 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어쩌면 마지막까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창당 정신’을 강조한 노 대통령에게 반론을 폈다.

그는 “열린우리당의 창당 정신은 살아 있고 진화해야 한다”면서 “그 정신을 살리기 위해 국민 다수가 열린우리당이라는 형식에 집착하지 말고 그 틀을 넘어서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념이 다른 정당과의 대연정을 모색하는 것이, 통합을 가로막는 편 가르기의 정치가 양심의 명령이냐”며 “통합에 대한 대통령의 비관과 패배주의는 위험한 진단”이라고 노 대통령을 겨냥했다.

○ 청와대, 반격 자제 속 열린우리당 재선 겨냥

대통령비서실 정무팀은 이날 ‘청와대브리핑’에 ‘통합 반대가 아니라 질서 있는 통합’이란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청와대는 전날 열린우리당 재선그룹이 발표한 “열린우리당 사수론은 분열에 의한 대선 참패와 총선 공멸을 초래하는 종파주의와 다를 바 없다”는 성명서를 거론하며 “근거 없는 이야기를 기정사실화해 놓고 친노 세력 결집이니, 당 사수니 하며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