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페우스의 리더십 앙상블

  • 입력 2007년 5월 8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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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그들의 데뷔 무대의 타이틀은 '뮤직 마이너스 원(one)'이었다. 여기서 '원'은 바로 지휘자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무대 중앙은 텅 비어 있었다. 지휘자 없이도 이들은 마치 '한 개의 폐'로 숨쉬는 듯 앙상블을 창조해냈다.

미국의 '오르페우스 오케스트라'(OCO). 첫 내한공연으로 11~16일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과 함께 비발디 '사계'를 협연한다. OCO의 바이올리니스트 로니 보쉬(54)에게 'OCO 프로세스'의 비밀을 들어봤다. 이들의 수평적 리더십은 인텔, 모건 스탠리, 골드만 삭스, 노바티스 등 미국 굴지의 기업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다.

△수평적으로 말하라=음악단체든 기업이든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지휘자(CEO)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CEO가 모든 해답을 갖고 있지 않다. 오르페우스는 연주자 개개인의 창조적 에너지를 살리는 실험을 했다. 멤버들은 누구든 자신의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고, 합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사라 장은 "OCO와 3시간 동안 연습했는데, 얼마나 말이 많던지 깜짝 놀랐다"며 "그들에게 말하는 것은 생존의 기본 조건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합의도출 메커니즘을 만들어라=악장을 투표로 결정한다. 악장은 축구팀의 주장이 아니라 플레잉 코치(선수 겸 코치)와 비슷하다. 그는 리허설을 진행하며 멤버간의 토론이 수렁에 빠지는 것을 방지한다. 전체 리허설 전 '코어(Core) 그룹'을 정해 악보와 작곡가를 연구하며 밑그림을 그린다. 그러나 이들도 '스타팅 포인트'만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권한을 나눠 가져라=악장과 코어그룹은 콘서트마다 심지어 레퍼토리마다 바뀌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한 곡 연주를 마치면 모든 멤버들이 인사하고 퇴장하며, 곡이 바뀌면 앉는 자리도 바뀐다. 보쉬 씨는 "멤버들에게 주인의식과 리더십을 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리더십과 펠로우십이 모두 중요하며 '서포팅'(supporting)이란 말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27명으로 구성된 멤버는 조금씩 바뀐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농구팀 '시카고 불스'에서 마이클 조던과 스코티 피펜만 있다면 나머지 세 명은 누가 있더라도 챔피언십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OCO도 각 파트에 리더십 프로세스에 정통한 멤버를 한 명이상 배치한다.

△고객의 반응을 살펴라=리허설의 마지막에 멤버 중 한 명이 객석으로 내려간다. 그는 관객의 입장에서 사운드를 체크하고 균형감과 역동성, 표현력 등을 점검한다. 보쉬 씨는 "무대에서는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멤버들은 객석에 내려간 동료의 귀에 절대적인 신뢰를 갖고 연습한다"고 말했다.

11일 대전 문화예술의전당,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3일 경기 수원시 문화의전당,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5만~16만원. 1577-5266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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