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이 멋있다 왠지… 역사-우리말-국악 '다시보기' 붐

  • 입력 2007년 5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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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와 전통 문화가 일상에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1992년 고 박동진 명창이 광고에서 외쳤던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란 구호가 21세기 들어 문화 소비층의 자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것.》

#1 ‘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윤동주의 ‘별 헤는 밤’) 지난해 말 나온 LG전자 휴대전화 ‘샤인 디자이너스 에디션’의 뒷면에는 이 시가 새겨져 있다. 최근 이 제품을 구입한 한기창(27·전북대 의대 3학년) 씨는 “보는 순간 친숙한 시와 빼어난 한글 디자인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LG전자 측은 “한정판 1만2000개가 두 달 만에 매진됐다”고 말했다.

#2 강원 속초시 영랑호 화랑도 체험장에서는 매일 오전 한민족전통마상무예협회 회원들이 모여 말을 탄다. 이들은 정조 때 국왕 호위대인 장용영에서 펴낸 ‘무예도보통지’를 토대로 전통 마상무예를 복원하는 중이다. 박춘식 사무국장은 “전통과 역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참여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속초의 경동대 경찰행정학부와 광주 남부대 무도학과는 전통 마상무예를 배우는 강좌를 개설했다.

○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1만6000명 몰려

18세기 조선의 여행가 조각가 가수의 이야기를 다룬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과 ‘조선의 프로페셔널’은 서점가의 인문과학도서 판매 순위에서 상위를 달리고 있다. 도서출판 휴머니스트의 인문팀장 선완규 씨는 “역사에 대한 관심 덕분에 당시 소수자들의 삶까지 주목을 끌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에 따른 우리말 뉘앙스의 차이를 다룬 ‘국어실력이 밥먹여준다’도 지난해 8월 출간 이후 톱 10 안에 머무르며 “국어책은 흥행이 안 된다”는 출판계의 속설을 뒤집었다.

인기리에 종영된 ‘주몽’을 비롯해 방영 중인 ‘연개소문’ ‘대조영’ 등 TV 사극 바람도 ‘우리 역사 대중화’의 한 지표로 볼 수 있다.

‘상상플러스’(KBS2)의 한 코너인 ‘올드 앤 뉴’와 ‘말달리자’(MBC) 등 우리말을 소재로 삼은 프로그램도 인기다.

사투리를 소재로 한 ‘말달리자’의 김영진 PD는 “우리 문화가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어 우리말 소재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리라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가요계도 예외가 아니다. 4월 초 출시된 SG워너비의 4집 타이틀곡 ‘아리랑’은 민요 아리랑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노래. 발매 첫 주 판매 순위, 온라인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3주 만에 지상파 방송 차트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국사편찬위원회가 처음 시행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1만6000여 명이 참가한 것은 ‘사건’으로 평가된다. 당초 1만 명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수치. 3월부터 실시한 2회시험 접수에는 작년보다 1만 명이 많은 2만6000여 명이 응시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 국악에서도 스타급 연주자 잇달아 등장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경제 발전에 따른 국위의 상승, 아시아를 휩쓴 한류, 월드컵의 성공 개최 등 ‘대한민국의 힘’을 체험한 젊은 세대가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는 데서 일어나는 ‘신바람’이라고 진단했다.

문화평론가 김종휘 씨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젊은이들이 외국에서 한국 휴대전화나 자동차의 인기를 새삼 확인하고, 일본과 중국인들이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것의 가치를 스스로 깨닫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악라디오방송의 최효민 PD는 “국악에서도 스타급 연주자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국악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고민해 온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이 건강하지 못한 민족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종휘 씨는 “물밀 듯이 몰려오고 있는 세계화와 주체적인 문화 향유 사이에서 젊은 층이 균형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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