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회화 경계 허문 검프린트기법 27일까지 김수강展

  • 입력 2007년 5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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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강 씨의 작품 ‘연필’. 2002년 작. 사진 제공 공근혜갤러리
김수강 씨의 작품 ‘연필’. 2002년 작. 사진 제공 공근혜갤러리
‘검(gum·고무액)프린트’ 기법으로 사진을 인화하려면 적어도 사흘, 길면 일주일 이상 걸린다. 수성 물감과 고무액, 중크롬산염을 섞은 용액을 종이에 바르고 인화를 하는 작업은 간단치 않다. 필름과 인화지도 따로 준비해야 한다. 19세기에 유행했던 오래된 인화 기법을 김수강(37) 씨는 10년째 고수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팔판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리는 ‘김수강 사진전’은 그 10년을 정리한 것이다. 사진에 입문한 미국 뉴욕 유학 시절 작품부터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21점의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오래 공들인 작업답게 작품 하나하나가 고즈넉하다. 검프린트 기법으로 제작한 작품들은 사진이 아니라 그림 같다. 작가가 물감 색을 선택할 수 있어 실제론 촌스러운 형광색도 세련된 잿빛으로 바꾸는 ‘마술’의 기법. 빛과 물감을 섞어 만든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깔은 김 씨만의 것이다.

서양화를 전공한 김 씨가 검프린트 기법에 빠져든 것은 자연스럽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좋아하게 됐다”고 김 씨는 말한다. 그는 귀국 후 2002년 개인전을 통해 검프린트 기법을 국내에 알렸다.

유학 시절 사용하던 소금병과 종이가방부터 먹고 버린 계란 껍데기와 병뚜껑, 많은 사랑을 받은 ‘보자기’ 시리즈, 지난해 선보인 ‘흰 그릇’ 시리즈까지 그의 작업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 씨가 주인공으로 삼은 대상은 모두 그가 실제로 쓰는 것들이며,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이다.

“작업이란 값비싸고 거창한 뭔가를 말하는 게 아니라, 평범한 걸 살짝 다르게 보여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는 작가의 철학이 사진에 담겼다. 전시는 27일까지. 02-738-7776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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