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무기제조 면허 반납 요구

  • 입력 2007년 5월 7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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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소련 시절 동유럽 국가들에 준 무기 제조 면허를 반납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제1 부총리는 최근 "동유럽 국가가 러시아의 허가 없이 소련제 무기를 계속 제조하면 국제 중재법원에 소송을 내겠다"고 말했다.

소련이 팽창할 당시 사회주의 혁명 종주국이었던 러시아 공화국은 바르샤바조약 동맹국가와 소련 내 다른 공화국들에 무기 제조 기술과 면허를 제공했다.

따라서 동유럽 국가들이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와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소련제 무기를 계속 제조하는 것은 해적 행위라는 것이 러시아의 주장이다.

러시아 주간지 '이토기'에 따르면 소련 시절 T-72 탱크 기술을 제공받은 폴란드는 같은 기종의 탱크 3억4800만 달러어치를 말레이시아에 수출했다. 폴란드가 수출하는 탱크 PT-91은 명칭만 바뀌었을 뿐 원천기술은 소련에서 나왔다는 것이 무기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루마니아 역시 소련에서 습득한 로켓 기술로 미사일을 계속 만들어 왔으며 그루지야도 소련 전폭기 SU-25기 제조 면허를 반납하지 않았다.

동유럽 국가들이 소련의 기술로 무기를 제조하는 것이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러시아 무기수출 전문가 발레리 카르타프체프 씨에 따르면 소련제 AK소총은 세계 29개 국가가 자체 생산하는 무기가 됐다. 해외에서 제조하는 AK소총은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양보다 9배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소련이 붕괴된 지 16년이 지난 시점에 불거진 러시아의 무기 면허 반납 요구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동조하는 동유럽 국가에 대한 견제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관측된다. 모스크바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대외 정책을 따르는 폴란드 그루지야 등이 중재 재판에 회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모스크바=정위용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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