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 장기표류 조짐

  • 입력 2007년 5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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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졸업한 현대건설 매각 작업이 장기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요 채권은행들이 매각 방식과 관련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 산업 우리은행 등 3개 은행은 조만간 채권단 운영위원회를 열어 현대건설 매각 작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운영위에서도 옛 사주(社主)인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 여부와 관련해 합의가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산은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을 상대로 한 하이닉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결과에 따라 옛 사주의 입찰자격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며 소송 결과가 나와야 매각을 진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해 현 회장 등이 현대건설 부실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오면 입찰 자격이 박탈되지만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오면 입찰 참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반면 외환은행은 주간사회사 선정 등 매각 작업을 진행하면서 법률 자문을 통해 옛 사주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금보험공사가 올 3월 초 신한은행과 대한생명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7개 금융회사에 현 회장과 당시 현대건설 임직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라고 지시한 점도 변수로 떠올랐다. 산은이 이 소송 결과까지 지켜본 뒤 입찰을 진행하자고 할 경우 매각작업은 상당 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산은과 외환은행의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는 가운데 우리은행은 어느 쪽 편도 들지 않으면서 관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이 경영정상화를 이룬 기업을 매각하지 않고 지분을 유지하다가 나중에 지금보다 싼 값에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책임을 면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은 “현대건설을 장기적으로 더욱 발전시켜 세계적인 기업으로 견인할 수 있는 건설기업이 나타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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