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싹트는 교실]인천 마전중학교

  • 입력 2007년 5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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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마전중학교 내 ‘학습도움실’에서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장애 학생들. 이 교실에는 공예, 요리,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 꾸며져 있다. 인천=박희제 기자
인천 서구 마전중학교 내 ‘학습도움실’에서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장애 학생들. 이 교실에는 공예, 요리,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 꾸며져 있다. 인천=박희제 기자
《자폐증과 경미한 수준의 정신지체가 있는 조현식(16·중3년) 군은 요즘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머니에게 자랑을 늘어놓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달 초부터 시작된 방과 후 수업인 생활체육교실에서 배구 탁구 축구 농구 배드민턴 등 다양한 운동 종목의 기본기를 익히고 있기 때문이다. 조 군은 1년 전 인천 서구 마전동 마전중학교로 전학한 이후 성격이 밝아졌다. 무료로 진행하는 방과 후 체육교실에 참여한 뒤로는 자신감이 더 붙은 모습이다. 조 군의 어머니 황옥화(44) 씨는 “학교에서 장애학생을 차별하지 않는 통합교육을 하는 데다 일주일에 두 번 진행되는 생활체육수업을 받으면서 아이 성격이 아주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 장애 중학생을 위한 꿈의 교실

공립학교인 마전중에는 다른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교실이 있다. 이 교실의 벽은 새집증후군을 없애고 곰팡이를 억제하는 왕겨숯 타일로 시공됐고 학습을 위한 공간, 컴퓨터실, 놀이방, 운동용 ‘트레드밀’이 갖춰져 있다. 교실 뒤편엔 오븐, 인덕션, 싱크대, 세탁기를 갖춘 주방도 꾸며졌다.

이 교실에서 수업하는 학생들은 조 군처럼 자폐증이 있거나 학습장애, 정신지체, 주의력결핍 등 ‘경도 장애’가 있는 학생들. 동급생들이 수학 영어 수업을 하는 동안 이들은 ‘학습도움실’에서 요리, 점토, 퀼트, 공예 등 자신들의 능력을 키우는 삶의 또 다른 기술을 배운다. ‘학습도움실’을 만드는 데 학교 예산이 부족하자 전직 교사가 사장을 맡고 있는 교동인테리어가 여러 물품을 기증했다.

지난달 20일 이 교실에서는 학생 8명이 시험을 볼 때 필요한 OMR카드 작성법을 익히고 있었다.

특수교육을 전담하는 김태윤 교사가 학번, 반, 번호에 따라 수성펜을 칠하는 방법을 알려주자 다들 열심히 따라했다.

유병혁(14·2년) 군은 “너무 쉽다”고 큰소리로 말하다가 취재를 하는 기자를 보자 쑥스러운 듯 말문을 닫아 버렸다.

이들은 일반 학생과 똑같이 학년에 따라 반 배정을 받아 정규수업에 참여하면서 이 교실에서 별도의 특수교육을 받는다.

장애학생을 위한 완벽한 시설에다 통합수업, 특수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이 학교에 들어오려는 장애학생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교장실 찾아가 “여학생 소개 좀…”

마전중의 또 다른 특징은 전교생 대부분이 봉사활동에 열심히 참여한다는 것이다. ‘향토사랑봉사단’ ‘스카우트’ 등 12개 단체에 가입한 학생들은 조를 나눠 매일 오전 8시부터 30분 동안 청소와 교통지도 활동을 한다. 1년에 1, 2차례는 인천 무의도 까치놀마을에 가서 농촌일손 돕기를 한 뒤 주민들이 마련한 해병대 체험, 솟대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선재 교장은 “봉사활동이 많아서인지 학교에 문제아가 없고 ‘왕따’와 같은 골칫거리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장실은 항상 활짝 열려 있어 학생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마음속으로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자신을 소개해 달라고 교장선생님에게 졸라대는 남학생들도 있다.

이 교장의 추천으로 이 학교에서는 입학과 동시에 적금을 드는 전통이 3년째 이어져 온다. 29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3학년 400여 명은 자신들이 부어 온 적금을 찾아 중국 랴오닝(遼寧) 성과 다롄(大連) 시로 수학여행을 떠난다. 안중근 의사가 투옥됐던 뤼순 감옥과 고구려 때 만들어진 대흑산 비사성을 탐방할 계획이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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