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경호원 일부 청계산 인근서 통화”

  • 입력 2007년 5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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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들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G가라오케에서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영한 기자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들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G가라오케에서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영한 기자
한화그룹 김승연(55) 회장의 보복 폭행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김 회장의 경호원들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G가라오케에서 경기 성남시 청계산 기슭의 한 빌라 공사장으로 이동하며 다른 일행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2일 확인했다.

또 경호원 중 일부가 청계산 공사장 인근에서 통화를 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지금까지 경찰 조사에서 김 회장 부자는 물론 경호원들까지 “청계산 쪽은 간 적도 없다”고 주장해 왔다.

경찰은 경호원들이 사건 당일인 3월 8일 오후에 공사장 부근에 있었다는 사실이 김 회장이 당시 청계산에 있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지만 김 회장 측의 진술이 거짓임을 증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이날 “김 회장의 경호원 일행 17명이 서로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통화기록 분석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며 “분석 결과를 토대로 김 회장 측 경호원들을 다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피해자들이 폭행 현장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김 회장 둘째 아들(22)의 친구 이모 씨의 신원을 확인하고 전담반을 구성해 이 씨를 찾고 있다.

김 회장의 아들과 초등학교 동창으로 매우 절친한 사이인 이 씨는 이번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휴대전화 번호까지 바꾸고 잠적한 상태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 반경부터 약 5시간 동안 김 회장의 한화 집무실을 압수수색했으나 결정적인 단서가 될 만한 증거물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압수수색은 예고된 상태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져 비난을 샀던 전날의 김 회장 자택 압수수색과는 달리 보안을 유지한 상태에서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한화 측과 경찰의 신경전도 팽팽했다.

경찰은 “주로 문서 위주로 압수했으나 많지는 않다”며 “(한화 측이) 원하는 물건을 내놓지 않아 수색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서울 중구 북창동 S클럽의 공동사장 김모 씨에게서 받은 S클럽의 폐쇄회로(CC)TV 저장장치를 복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초 S클럽의 CCTV는 모두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또 다른 업소에 S클럽의 내부까지 볼 수 있는 모니터 시설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경찰은 이날 피해자들이 납치, 폭행당했다고 주장한 G가라오케와 청계산 공사장을 찾아 피해자들의 진술과 실제 사건 현장이 일치하는지 조사를 벌였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첫 첩보 판단 미스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에 대한 초동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재벌 봐주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사건첩보를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이첩한 한기민(총경)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이 1일 경찰청 감찰 예비조사에서 “판단 미스였다”고 밝혀 주목된다.

그는 감찰조사에서 “처음 첩보를 접했을 때 설마 대기업 회장이 폭력배를 동원해 폭력을 휘둘렀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 한화그룹과 북창동 S클럽을 관할하는 남대문경찰서에 내사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과 관련해 대책회의나 외압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 과장은 3월 26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오모 경위가 2주간 벌인 내사를 바탕으로 한 첩보보고서를 받고 사건이첩을 결정한 뒤 김학배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과 홍영기 서울경찰청장에게 구두로 이 사실을 보고했다.

홍 청장과 김 부장은 한 과장의 보고를 받고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경찰청은 오모 경위에 대해서도 예비조사를 벌였으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대대적인 감찰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경찰 수뇌부가 감찰을 통해 희생양을 만들어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비난 여론이 적지 않다.

이택순 경찰청장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을 방문하고 돌아온 지난달 29일 곧바로 기자들을 만나 “언론보도 이전에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며 “감찰을 통해 책임자를 가리겠다”고 말해 수사 상황보다는 책임자 처벌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여기에 김 회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정보가 미리 언론에 유출되는 등 수사 정보가 계속 새 나가면서 수사에 관여한 경찰관들의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일자 경찰 내부에서도 자중지란이 일어나고 있다.

압수수색 정보가 유출된 것을 두고도 서울경찰청은 남대문경찰서에서, 남대문경찰서는 서울경찰청에서 새 나간 것이 아니냐며 서로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편 4일 열리는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경찰 수사에 대한 문제를 집중 거론할 예정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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