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불출마 이후… 범여권 어디로

  • 입력 2007년 5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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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 탈당 이후 처음으로 1일 광주를 방문해 전남대에서 특강을 하기 전 민주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범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 탈당 이후 처음으로 1일 광주를 방문해 전남대에서 특강을 하기 전 민주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잠 잘 잤고 홀가분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이 빠진 범여권 진영은 불면의 밤이 계속되고 있다. 범여권 통합을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지만 통합이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회의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즉각 해체론’=열린우리당 일각에선 “이젠 마지막 카드를 쓸 때가 온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마지막 카드란 열린우리당의 ‘즉각 해체’를 의미한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정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에 따른 소속 의원들의 동요를 막고 통합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후보 중심 통합론’은 동력을 잃었고, 이달 중순경 집단 탈당설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리리 갈 곳을 정하지 않은 채 당을 즉각 해체하자”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열린우리당은 해체하고, 민주당도 담을 허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한 인사도 “시나리오를 갖고 움직이면 ‘도로 열린우리당’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당을 즉각 해체하고 각자 살길을 찾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세균 의장 등 현 지도부는 당 해체에 부정적인 태도다. 설사 당 지도부가 결단을 내린다 해도 친노(親盧) 세력이 당 해체에 동의할지도 의문이다.

▽“우리 길을 간다”=열린우리당 내부 사정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통합신당모임은 우선 ‘독자 신당’을 창당키로 최종 결정했다. 7일 잠실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중도개혁통합신당’ 중앙당 창당대회를 개최한다는 것. 이들은 독자신당을 창당한 뒤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과 통합 협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강래 전병헌 노웅래 이종걸 제종길 우윤근 의원 등 6명이 창당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통합모임이 또다시 갈라지는 양상이다.

▽범여권 주자군 세 갈래 분화?=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탈당 후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했다.

그는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후 전남대 강연에서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여러분은 전략적 선택을 했고 정권을 만들어냈다”며 “광주가 갖는 포용력에 주목한다”고 호소했다.

정 전 의장은 비한나라당 세력이 후보 연대를 바탕으로 세력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며 손 전 지사와 함께 중도개혁세력의 결집을 모색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통합 논의에서 소외돼 온 친노 그룹도 정 전 총장의 중도하차를 계기로 결집하는 양상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김혁규 의원 등을 중심으로 세력화를 모색한다는 것. 김 의원은 2일 이광재 이화영 김종률 의원 등과 북한을 방문한다. 한 친노 의원은 “일단 친노 진영의 후보를 세운 뒤 끝까지 가거나 단일화 게임에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반(反)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연대 전선을 구축했던 김근태 전 의장과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도 시민사회 세력과 ‘진보블록’을 형성해 세력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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