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엔 ‘보약’ 비만엔 ‘독약’… 초콜릿의 두 얼굴

  • 입력 2007년 2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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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산화물질이 와인이나 녹차보다 많기 때문에 차세대 건강기능식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탄수화물과 지방, 카페인이 있어 건강에 좋지 않다.’ 초콜릿을 둘러싼 상반된 주장들이다. 이처럼 ‘두 얼굴’을 지닌 초콜릿이 건강에 효과가 있다는 자료가 발표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2월은 많은 이들이 초콜릿을 주고받는 밸런타인데이가 있어 초콜릿 특수가 일어난다. 초콜릿이 실제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얼마만큼 먹으면 적당한지를 알아보자.》

다크 초콜릿, 암 심장질환 노화방지에 효과

카페인 민감한 사람은 불면증 등 부작용도

○ “항산화 효과” 대(對) “비만”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초콜릿은 코코아를 원료로 설탕, 유지, 유가공품, 식품 등을 가공해 만들어진 식품이다. 코코아 함량이 35% 이상이어야 초콜릿으로 인정된다. 최근엔 카카오의 함량을 50% 이상으로 높인 다크 초콜릿도 판매되고 있다. 초콜릿 효과의 비밀은 바로 코코아에 있다.

미국 심장학회 연구팀은 고혈압 남성 10명, 여성 10명에게 항고혈압제 대신 다크 초콜릿(카카오 함량이 50% 이상)을 15일 동안 하루 3.5온스(약 100g)씩 먹였더니 혈압이 8.5∼11.9mmHg 낮아졌다고 밝혔다. 이 학회는 잡지 ‘고혈압’ 2005년 7월호에 초콜릿은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떨어뜨리고 인슐린 기능도 활성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암, 심장질환을 유발하고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의 작용을 막는 항산화물질도 초콜릿이 다른 음료에 비해 많이 함유하고 있다. 지난달 네덜란드 국립보건환경기구가 다크 초콜릿과 홍차의 항산화물질인 카테킨 함량을 조사한 결과 다크 초콜릿 100g에는 카테킨이 53.5mg 들어 있는 반면 홍차 100g에는 13.9mg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2003년 미국 화학협회도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이 코코아 한 잔에 약 600mg, 적포도주 한 잔에 340mg, 녹차 한 잔에 165mg이 들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독일 뒤셀도르프대 연구팀은 여성 2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다크 초콜릿과 코코아가 거의 없는 화이트 초콜릿을 12주간 먹인 결과 다크 초콜릿을 먹은 여성들은 피부밀도가 16% 좋아졌으며 수분 함량도 28% 늘었다고 발표했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는 “최근 연구 결과에는 초콜릿이 ‘생각보다 몸에 좋다’는 주장들이 많다”며 “하지만 초콜릿은 칼로리가 높다는 점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중에서 팔리는 50g짜리 판 초콜릿 하나의 열량은 200∼280Cal. 코코아 외에 들어간 설탕과 지방 때문이다. 이 열량은 밥 한 공기(300Cal)와 맞먹는다. 초콜릿으로 항산화 효과를 기대하려면 매일 한 판 정도 먹어야 하는데 이는 비만에 적신호다. 비만은 심장병을 악화시킨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주현 교수는 “코코아는 염증을 제어하는 효과가 있어 고대부터 약으로 쓰였다”며 “하지만 초콜릿에는 코코아 성분보다 당분과 지방 성분이 많아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는 “항암효과 등이 있다고 알려진 지방산 ‘오메가3’도 생선을 많이 섭취하는 한국인에게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심장병 환자가 많은 미국과 상대적으로 환자가 적은 한국의 식생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초콜릿의 효과를 한국인에게 똑같이 적용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카페인의 역할

초콜릿에 들어 있는 카페인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카페인은 중추신경 각성효과가 있어 멍할 때 정신이 바짝 들게 하고 기억력을 높인다. 피로할 때 커피 한 잔을 마시면 개운해지는 게 이런 효과 덕분이다.

부작용도 있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혈압이 올라간다. 가슴 두근거림, 이뇨작용이 촉진되기도 하고 위궤양, 위염, 십이지장 궤양이 있는 사람은 불면증이 생기거나 속 쓰림이 촉진될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국제식품정보위원회에 따르면 다크 초콜릿 1온스(약 28g)에는 카페인이 평균 20mg 들어 있다. 50g짜리 판 초콜릿 하나를 먹으면 약 40mg의 카페인을 섭취하는 셈.

250mL를 기준으로 할 경우 원두커피에는 90mg, 인스턴트 커피에는 80mg, 콜라에는 24mg의 카페인이 있으므로 50g짜리 판 초콜릿 하나를 먹으면 커피 반 잔이나 콜라 두 병을 마신 셈이다.

박용우 교수는 “카페인은 같은 양이라도 사람에 따라 민감도가 다르기 때문에 카페인의 적정량에 대해 일괄적으로 말하기 힘들다”며 “커피를 마시면 불면증이 생기는 사람은 초콜릿을 먹을 때도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콜릿과 다른 식품 영양 비교
열량
(Cal)
당질
(g)
단백질
(g)
지방
(g)
포화
지방산(g)
단일불포화지방산(g)다가(多價)불포화지방산(g)
밀크 초콜릿(50g)197264191050.5
다크 초콜릿(코코아함유량 72%)(60g)33027025---
초코바(1개)277376147.34.10.5
밥(1공기)3076760.950.340.250.36
쇠고기(100g)2180.221146.17.60.4
땅콩(50g)285613245128
꽁치(100g)2620.120.219.42.96.63.7
블포화지방산이 포화지방산보다 건강에 좋다. 불포화지방산 중에서도 이중 결합된 탄소가 하나인 단일지방산(올리브 기름 등)이 이중결합탄소가 여러 개인 다가불포화지방산(일반 식용유 등)보다 건강에 좋다.
자료: 삼성서울병원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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