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마에는 세계 각국의 금융 기관 360여 개가 밀집해 있다. 초록색 잔디 대신 황토색 모래밭이 펼쳐진 ‘사막 골프장’에는 외국인들이 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풀 한 포기 자라기 어려운 척박한 환경을 거꾸로 활용한 것이었다.
중동 국가이긴 하지만 석유 등 부존자원이 적은 데다 국토도 좁고 척박한 두바이와 바레인. 하지만 시장경제원리와 개방에 바탕을 둔 실용주의적 경제개혁은 이런 한계를 지닌 두 곳을 ‘중동의 작은 진주’로 바꿔놓고 있었다.
UAE를 이루는 7개 토후국(土侯國)의 하나인 두바이는 종교나 이념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철저히 실리주의에 바탕을 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왕세자 시절부터 경제 개혁을 이끌어 온 두바이의 셰이흐 모하메드 왕은 “경제는 말(馬). 정치는 마차(馬車)”라고 강조한다. 그는 또 “말이 마차를 끌어야지 그 반대는 있을 수 없다”면서 경제우위 정책을 천명하고 “절대 고객에게 노(NO)라고 하지 말라”고 역설한다.
두바이는 개방정책과 아시아와 유럽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해 ‘물류 강자(强者)’로서의 위치를 확보한 뒤 최근 관광, 금융은 물론 제조업까지 진출했다. 인구 114만 명의 두바이는 지난해 공항 이용객만 2200만 명에 달해 명실상부한 ‘중동의 심장’으로 자리 잡았다.
바레인은 각국 금융회사를 유치하는 등 특히 금융 분야에 강하다.
지난해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월스트리트저널과 공동으로 세계 161개국의 경제활동 자유도를 평가한 결과 바레인은 2004년에 이어 중동 지역에서 경제 자유도가 가장 높은 국가로 선정됐다
바레인 역시 연간 석유 생산량이 사우디아라비아의 59분의 1에 불과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1만5000달러로 사우디아라비아(1만1000달러)보다 높고 이란(1900달러)과는 비교가 안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황주성(黃柱成) 연구원은 “두바이와 바레인은 석유의 빈 자리를 재빨리 실용주의적 경제 개발로 채워 나감으로써 생존의 활로를 마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바이·바레인=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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