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수명연장’ 비결은 생식활동

  • 입력 2006년 2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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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커런트 바이올로지
사진 제공 커런트 바이올로지
자식을 낳고 기르는 생식활동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동물은 생식활동이 활발할수록 수명이 줄어든다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아프리카에 사는 두더지의 일종은 생식활동을 하는 경우 수명이 두 배 이상 늘어난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 생물학과 연구팀은 햄스터 크기의 두더지(Cryptomys anselli) 무리를 1984년부터 2005년까지 20여 년간 관찰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이 두더지는 특이하게도 무리 내에서 한 쌍만 생식활동을 한다. 나머지 개체들은 새로 태어난 새끼들을 돌봐주거나 먹이를 찾는 일에 몰두한다.

연구팀은 생식에 참여한 암수 45마리와 참여하지 않은 암수 50마리를 골라 수명을 비교했다. 흥미롭게도 생식활동을 벌인 개체들의 수명이 20년에 달했다. 생식에 참여하지 않은 개체들의 수명(8년)의 두 배 이상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이 연구논문은 국제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21일자에 소개됐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팀은 혹시 생식활동 외에 다른 요인이 두 그룹 간 수명의 차이를 낳는 것이 아닌지 검토하기 위해 태어날 때의 건강상태, 무리 내 서열, 활동의 양 등을 조사했다.

하지만 이들은 수명 차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한 메커니즘은 알 수 없지만 이 두더지에게는 생식활동이 수명을 연장하는 비결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연구팀은 “그동안 꿀벌 사회에서 여왕벌이 새끼를 많이 낳으면서 오래 산다는 보고는 있었다”면서 “포유류에서 생식과 수명의 관계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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