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건강찾기]<5>직무 스트레스

  • 입력 2006년 2월 2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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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의 자동차회사 영업사원인 고광석(가명) 씨는 직무스트레스를 회사 안팎에서 받는다. 고객의 요구는 많아지고 실적에 대한 상사와 회사의 압박은 심해지기 때문이다. 고 씨는 동료들보다 영업 실적이 좋은 편이다. 그동안 판매왕도 몇 차례 차지했다. 그 덕분에 지난해 말 특진 대상이란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실적이 아닌, 다른 이유로 특진에서 누락된 것.》

○ 체중감소 등 신체증상 나타나면 위험

고 씨는 회사에 배신감을 느꼈다. 담배를 피우며 애써 태연하려 했고 술로 위안을 삼았다. 3일 정도 지나자 우울한 기분은 많이 가신 듯했다. 고 씨는 스트레스를 더 받지 않으려고 “다시 시작하면 되지, 뭐”라고 생각했다. 정말 좋아진 것일까. 15일 고 씨는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홍진표 교수를 찾았다.

먼저 직무스트레스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질문지부터 작성했다.

“34점이 나왔네요. 이 정도면 직무스트레스가 아주 심하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스트레스 관리를 잘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홍 교수)

“조기축구회 또는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합니다. 또 청소년을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요. 스트레스를 받아도 화를 안 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고 씨)

“지금은 괜찮지만 직무스트레스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홍 교수)

“별로 스트레스를 안 받는 편인데….”(고 씨)

많은 사람이 자신의 스트레스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몸은 안다. 그럴 때면 각종 신체 증상이 나타나거나 습관이 바뀌기 때문이다.

고 씨의 경우 특진에서 누락된 이후 흡연량이 1갑에서 1갑 반으로 늘었고 술자리도 많아졌다. 커피도 하루에 7잔 이상을 마셨다. 또 좀처럼 몸무게의 변동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3kg이 불었으며 소화불량이 극심해졌다. 결국 고 씨는 스트레스를 털어 내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고객과의 관계와 직장 내부의 관계 중 어디에서 스트레스를 더 받으세요?”(홍 교수)

“8 대 2 정도로 고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런저런 요구들을 다 들어줘야 하기 때문이죠.”(고 씨)

“따지고 보면 고객의 요구도 회사에서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상사 또는 회사에서 그 요구를 수용하면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잖아요. 그렇게 생각해 보진 않으셨나요?”(홍 교수)

고 씨는 상담 내용이 외부로 나가면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비칠까 조심하는 눈치였다.

○ 혼자 소리 지르기 등 감정 표현해야

홍 교수에 따르면 의외로 많은 사람이 상담 과정에서도 말을 조심한다. 직장을 비난했다가 나중에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고 씨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직장 안에서의 갈등을 인식하지도, 언급하지도 않으려 하는군요. 그러나 그렇게 하면 나중에 스트레스가 극도로 커질 수도 있습니다.”(홍 교수)

“…….”(고 씨)

“스트레스 받았을 때는 표현을 해 보세요. 화장실에 가서 소리를 지르거나 주먹을 마구 휘두르면 좀 나아지죠.”(홍 교수)

고객을 상대하는 직종의 경우 겉은 웃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는 ‘스마일우울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줄담배를 피우면 몸만 축날 뿐이다. 홍 교수는 화를 표출할 것을 권했다. 홍 교수는 또 ‘내 몸은 편안한 상태다’라며 자기암시를 주는 ‘이완 훈련’을 틈나는 대로 10∼30초 정도 할 것을 추가로 권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전문가 진단… 긍정적 사고가 도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의 70%가 스트레스성 정신·신체증상을 경험하고 있다. 또 50%는 자신이 직장에서 매우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직무스트레스는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직장인들이 직무스트레스 정도를 알려면 먼저 자신의 정신, 신체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쉽게 피곤해지면 먼저 가벼운 우울증이나 만성피로증후군 증상이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이런 정신과적 증상이 없이 갑자기 체력과 의욕이 떨어지면 생활방식을 돌아봐야 한다. 술 담배를 즐기고 대인관계가 예민한지, 과도하게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 보자. 이런 생활방식은 십중팔구 직무스트레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직무스트레스를 극복하려면 평소 사소한 일이라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부터 추진하는 게 좋다. 우울증이 있다면 자신과 세상,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더욱 스트레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성공에 대한 믿음을 갖자. 또 장기적으로 삶을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령 30대의 경우 불혹을 앞두고 삶의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어떤 이는 20대의 열정으로 살아가지만 어떤 이는 이제 아무것도 할 게 없다고 낙담한다. 어느 쪽을 따를 것인가는 전적으로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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