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경수로 청산비용 한국 전액부담 美와 합의”

  • 입력 2006년 2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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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달 중순 북한 함경남도 금호지구 경수로(신포 경수로) 사업 종료와 관련해 청산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미국과 합의해 놓고도 국내 여론 등을 의식해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동아일보사가 발행하는 신동아 3월호가 보도했다.

18일 발매되는 신동아는 “지난달 8일 현장 건설 인력이 모두 철수함으로써 사실상 종료된 신포 경수로 사업의 청산 비용을 한국이 모두 부담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복수의 한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신동아는 “합의 직후 청와대와 백악관의 최종 승인을 받았으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차원의 공식 절차 문제와 한국 내 반발 여론 등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해 지금껏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청산 비용을 2억 달러로 추산했으나 KEDO 사무국은 3억∼5억 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청산 비용은 사업이 종료되는 경우 그간 KEDO와 계약하고 공사를 진행해 온 한국전력 등 관련 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위약금 등이다.

신동아 보도가 사실일 경우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문제에 국민 동의 과정 없이 합의한 데다 투명한 대북 정책을 강조해 온 정부가 스스로 약속을 어긴 것이어서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정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14일 “정부는 앞으로 돈이 필요한 남북협력 사항을 소상히 밝히고 국회 동의를 받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신동아에 따르면 통일부와 외교통상부 당국자들은 “우리 정부가 청산 비용 전체를 부담하기로 한 것은 사실이나 대신 신포 경수로 현장에 있는 자산 처분권을 확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산이란 북한의 반출 통제로 현장에 남아 있는 굴착기 지게차 등 건설 중장비와 사무기기 등 455억 원 상당의 물품 및 34% 정도 공사가 진행된 콘크리트 구조물과 사업 자체에 대한 권리를 말한다. 이는 북핵 6자회담 진전에 따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경수로 제공 문제가 다시 논의될 경우에 대비해 정부가 신포 경수로에 대한 법적 권리를 확보한 상태에서 논의를 주도하기 위한 포석인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부는 경수로 건설 종료를 전제로 200만 kW의 대북 송전을 제안한 만큼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KEDO 집행이사국들이 청산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미국과 일본 등은 사실상 분담할 뜻이 없다고 맞서 왔다.

이와 관련해 장선섭(張瑄燮)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장은 17일 “청산 비용에 대해 관련국 간에 협의 중이며 아직 아무것도 합의된 것은 없다”면서 “합의가 이뤄지면 집행이사회를 열어 공식 완료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청산 비용 협상에 관한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로 우리가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승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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