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궁합’ 아직은”…美잡지 ‘과학적 중매’ 분석

  • 입력 2006년 2월 1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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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또는 미래의 반려자를 찾는 데 과학 이론이 도움이 될까.

미국의 월간 애틀랜틱 3월호가 커버스토리를 통해 이 같은 의문을 던졌다. 필자는 시트콤 작가이면서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낸 로리 고틀리브 씨.

심리학자 닐 클라크 워런 박사가 설립한 e하모니(eHarmony.com)는 회원 규모 900만 명을 자랑하는 인터넷 중매 사이트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어울리는 상대를 찾아주는 이른바 ‘과학적 중매’의 선발 주자다.

e하모니의 이론은 단순하다. 부부 5000쌍을 조사한 결과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부부들은 대부분 상대와 유사한 특성을 가진 커플이었으므로 회원에게도 가장 유사한 특성을 가진 짝을 찾아준다는 것.

이에 따라 이용자가 호기심 유머 열정 지성 등을 측정하는 436개 질문 목록에 답을 하면 이 자료를 자체 컴퓨터 연산 프로그램에 넣어 짝을 찾아준다. 이런 방식으로 2005년 한 해에만 3만3000쌍을 결혼시켰다.

최근 e하모니의 경쟁사로 부상한 케미스트리(Chemistry.com)가 내세우는 과학 이론은 좀 더 복잡하다. 케미스트리는 성욕이나 낭만적 사랑이 각종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신경생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유사성과 함께 보완성을 강조한다.

이용자의 타입을 파악하는 질문은 146개. 개인의 1, 2차 특성을 관리자(director) 건설가(builder) 탐험가(explorer) 협상가(negotiator)의 4개 타입으로 나눠 나름의 ‘궁합 공식’에 대입하는 방식이다.

퍼펙트매치(Perfectmatch.com) 역시 개인적 특성에 초점을 맞춘다. 낭만적 충동, 외모, 예측성, 유연성, 의사결정 방식, 감성 등 8가지 특성을 파악해 유사성과 보완성 두 단계에 걸친 시스템을 가동해 짝을 찾아준다.

이처럼 이들 사이트는 그 방식은 다르지만 다양한 질문 목록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초로 해 과학적인 짝 찾기 시스템을 가동한다.

그러나 이들 중매 시스템은 필자 고틀리브 씨 같은 유별난 여성에겐 소용이 없었다. 그는 e하모니의 질문 목록을 작성해 시스템에 넣어 봤지만 수백 만 회원 중 자신에게 맞는 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당신은 너무 똑똑하고 이지적이어서…”라는 게 e하모니 측의 설명.

1, 2단계로 나뉜 퍼펙트매치의 성격 테스트에서도 1단계에선 놀랄 정도로 정확했지만 2단계에선 1단계 결과와 상치되는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짝 찾기 과학 이론이 전기가 통하듯 첫눈에 반하게 하는 매력(magnetism)은 설명하지 못한다는 게 고틀리브 씨의 지적.

그래서 온라인에서 짝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중매업자들을 찾는다. 업자들의 모토는 ‘직관은 반려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

필자의 결론은 이렇다. “현실에서 짝을 찾으려면 바를 찾아가 최소한 몇 시간은 머물러야 한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불과 30분이면 자신과 맞는 사람을 무궁무진 찾을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찾는 사람은 완벽한(perfect) 짝이기보다는 적절한(right) 짝일 뿐이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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