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전당대회 D-1 “낯뜨거운 ‘강금실 쟁탈전’”

  • 입력 2006년 2월 1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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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 왜 강금실 얘기만….”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18일) 경선이 막바지에 이른 16일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출마 후보자들의 정책이나 주장은 오간 데 없고 당 밖의 사람인 강금실(康錦實·사진)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싸고 난데없는 ‘강금실배(杯) 쟁탈전’이 벌어진 것.

김근태 후보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고건 전 국무총리와 강 전 장관은 열린우리당 의장이 누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며 “김근태라야만 (이들과의) 대연합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김 후보 캠프의 대변인인 우원식(禹元植)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강 전 장관이 지난 주말 한 여성인사를 만나 ‘정치를 한다면 살아온 내력과 철학, 인간관계를 봤을 때 운명적으로 김근태와 함께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했다더라”고 전했다.

우 의원은 “강 전 장관이 18일 전당대회가 끝난 뒤 김 후보와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정동영 후보는 강 전 장관과 한번 만나 ‘지명직 최고위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는데 강 전 장관이 ‘정치할 뜻이 없다’며 거절했다고 한다”고 정 후보를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자 정 후보 측은 즉각 발끈했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김 후보의 초조함은 이해하지만 강 전 장관이 하지도 않은 말을 퍼뜨려 부담을 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정 후보가 강 전 장관에게 최고위원직을 제안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정작 당사자인 강 전 장관은 “나는 자유로운 개인인데 조금 지나치다”며 양측이 ‘아니면 말고’식의 논란을 벌인 데 대해 불쾌감을 나타냈다.

강 전 장관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2주 전부터 정치인과는 만나지 않고 있다. 개인적 친분을 떠나 어느 정치인과도 생각을 같이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묵묵부답이었던 강 전 장관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은 자신을 이용한 열린우리당의 선거전이 도를 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 강 전 장관의 이런 반응이 알려지자 정 후보 측은 즉각 e메일 등을 통해 홍보하고 나섰고, 김 후보 측은 “강 전 장관이 자신의 발언 내용이 언론에 소개되자 기분이 상한 것 같다”고 다시 해명하는 등 정-김 후보 간 신경전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당내에서는 당 밖의 사람을 향한 두 선두 후보의 일방적 구애 논란을 두고 “당의 지지도도 낮은 집권 여당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는 자조가 흘러나왔다. 한 40대 재선 국회의원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 마시느라 난리법석”이라고 냉소했다.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두 후보는 16일 저녁 TV 토론에서도 날카롭게 맞섰다. 김 후보가 “내가 당 의장이 되면 양심세력 대통합을 위해 당 의장 직을 포함한 모든 기득권을 내놓을 수 있다. 정 후보도 그럴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정 후보는 “당 의장 선거를 앞두고 당 의장이 되면 포기할 거냐고 묻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맞받았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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