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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방형남]유엔 사무총장用‘선심 외교’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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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방형남]유엔 사무총장用‘선심 외교’를 경계한다

입력 2006-02-16 02:59수정 2009-10-0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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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나선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의 성공 여부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손에 달려 있다. 반 장관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경력과 능력을 갖춘 출중한 인물들이 도전하지만 5대 강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이 쥐고 있는 유엔 안보리의 ‘권력 틀’에서 벗어날 도리가 없다. 5개국 모두에서 점수를 따지 않으면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은 불가능하다.

국제기구 수장을 선택하는 과정은 기록의 우열로 승패를 결정하는 스포츠와는 다르다. ‘커튼 뒤의 협상’, 주고받기 거래, 관례를 무시한 파격이 난무한다. 유엔 사무총장처럼 노리는 국가와 인사가 많으면 ‘이합집산 외교’가 춤을 춘다.

세계무역기구(WTO) 2대 사무총장 선거가 좋은 사례다. 1999년 4월 전임 사무총장의 임기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록 WTO는 후임자를 정하지 못했다. 뉴질랜드의 마이클 무어와 태국의 수파차이 파닛차팍을 놓고 무어를 지지하는 북미와 유럽연합(EU), 수파차이를 지지하는 아시아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이 치열한 진영(陣營) 대결을 계속했다. 다툼은 수개월 뒤 임기 분할이라는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종결됐다. 자유무역을 주창하는 WTO는 4년인 임기를 6년으로 연장해 무어가 전반기(2002년 9월 1일까지)를, 수파차이가 후반기(2005년 9월 1일까지)를 맡게 하는 편법을 선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선출도 심한 산고를 겪은 적이 있다. 1994년 9월 장클로드 페이의 임기가 끝났으나 회원국들은 몇 달 동안 후임자를 선출하지 못하고 티격태격했다. 총장으로 10년을 일한 프랑스인 페이와 캐나다의 도널드 존스턴을 두고 북미와 EU가 맞섰다. 지루한 협상은 페이의 임기를 2년 연장하고 이어 존스턴이 5년간 일하는 것으로 낙착됐다. ‘선진국 클럽’ OECD가 선택한 나눠 먹기 거래였다.

싸움판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국제기구 수장 선거전에 뛰어든 반 장관이 먼저 넘어야 할 것은 진영의 벽이다. 다행히 “이번은 아시아 차례”라는 공감대가 유엔 내에 형성돼 있다고 한다. 중국은 반 장관의 출마 선언 직후 아시아 후보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러시아도 아시아 지지를 밝혔다. 나머지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의 아시아 지지를 끌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와 반 장관은 선거전 무기로 ‘현직 프리미엄’을 택했다. 장관 타이틀을 지니고 외교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선거 외교를 한다는 복안이다. 반 장관 스스로 현직을 유지하면 외국 고위 인사를 쉽게 만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만남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현직 유지는 자칫하면 덫이 될 수 있다. 아시아 지지를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 일이 잘돼 아시아 후보로 정리된다 해도 후보 난립 상태인 아시아권의 복잡한 이해관계는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개인이 아닌 외교부 장관 반기문에게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나라는 어떻게 달랠 것인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자 아시아에서 영향력이 큰 일본이 벌써 미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권 지지 기류 속에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반대한 한국의 외교부 장관을 도울 수 없다는 주장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더구나 일본은 가을 정기총회에 안보리 확대안을 다시 제출할 방침이어서 이에 대한 지지와 사무총장 선출을 연계할 개연성이 크다.

반 장관이 계속 다뤄야 할 한미 간의 각종 현안, 북한 핵과 위폐 문제도 사무총장 도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유엔 사무총장은 개인과 국가의 영예다. 그러나 그 영예가 국익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정부도 반 장관도 유엔 사무총장용 ‘선심외교’를 경계해야 한다.

방형남 편집국 부국장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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