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이진명 ‘풀은 별이에요’

  • 입력 2006년 2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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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만 별이 있을까요

새파랗게 풀 돋아오릅니다

처음에 어린 풀

총총 검은 땅에 박힙니다

마른 땅에 쏟아집니다

떨립니다 열립니다 일어섭니다

하늘에만 별이 흔들릴까요

새파랗게 풀 흔들립니다

큰 별 작은 별 물결칩니다

빛 부서집니다 흘러갑니다

하늘에만 별이 영원할까요

풀은 발 아래 영원한 별

죽어도 다시 사는 초록의 별입니다

초록의 반지, 약속의 노래입니다

풀 하나 나 하나

풀 둘 나 둘

- 시집 ‘단 한 사람’(열림원) 중에서

풀을 별이라 호명하시니 좋아라. 풀밭에 놓인 저 염소들도 별을 밟으며, 별을 먹으며, 별을 싸며 매에매에―. 아장아장 맨발로 걸어 나간 아가도 별을 디디며 별을 뜯으며 별밭에 넘어지며 까르르―. 풀을 별이라시니 닝닝닝 풀꽃을 수분시키는 꿀벌도 별, 나비도 별, 찌르레기도 별인 걸 알겠어요. 검은 땅 열고 일어서는 모든 희망은 다 별이고말고요. 손도 닿지 않는 한 점 별빛만으로도 저 별이 별이라면, 손등이 부딪는 우리들은 얼마나 별인가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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