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책의 진화 “이젠 생각하는 법을…”

  • 입력 2006년 2월 1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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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학년도 이후 대학입학시험 제도개선안이 발표된 뒤 논술고사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학교생활기록부가 9등급으로만 표기돼 변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대입에서 논술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판단 에서다. 논술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서점에 가면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논술시험을 준비하는 고교생뿐 아니라 어려서부터 차근차근 논술 능력을 쌓을 수 있도록 유아와 초등생을 겨냥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논술 서적도 전문화, 세분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어떤 책이 학부모와 수험생으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지 알아봤다.》


● 佛 바칼로레아 벤치마킹한 책들 인기

인기 책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어떻게 하면 논술을 잘 쓸 수 있나’ 등의 작법(作法)을 다룬 단행본보다는 배경 지식과 사고력을 함께 키울 수 있도록 기획한 시리즈물이 많다.

1월 출간된 ‘민음 바칼로레아’는 프랑스 과학자들이 프랑스 대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를 준비하는 자국의 청소년을 위해 쓴 ‘지식의 작은 사과’ 시리즈를 번역한 책이다. ‘복제는 정말로 비윤리적인가’ ‘기후가 미친 걸까’ ‘태양은 왜 빛날까’ ‘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일까’ 등 과학 원리에 대해 질문을 던진 뒤 올바른 답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14권까지 시중에 나와 있고 매달 3∼5권 추가로 발간될 예정이다. 책은 물음에 대한 가설 설정부터 관찰, 실험, 분석, 검증하는 과정이 소개돼 있고 추가로 읽어 볼 책도 제시돼 있어 주제와 관련한 폭넓은 독서를 유도한다.

변현범(16·서울 이수중3) 군은 “단순히 배경지식을 습득하는 차원을 넘어 특정 주제에 대해 많이 생각할 기회를 준다”며 “책도 80쪽이 채 넘지 않아 갖고 다니면서 읽기에 좋다”고 말했다.

휴머니스트의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시리즈는 과학 외에도 예술 정치 윤리 인문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1988년부터 2002년까지의 바칼로레아 실제 출제 질문과 가장 수준이 높았던 답안을 번역한 책이다. 2003년 2월에 발간된 1권은 6만 부 이상이 팔렸고, 올 1월 발간된 3권짜리 묶음도 벌써 3000질이나 팔렸다. ‘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의무를 다하지 않고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 등 바칼로레아 문제 중 64개를 선별해 엮었다.

웅진지식하우스의 ‘철학, 역사를 만나다’는 고교 철학교사가 세계사의 주요 사건을 철학적으로 설명한 책으로 철학사와 역사를 연관지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초중학생 겨냥 과학-철학서 시리즈 밀물

당장 눈앞에 입시를 앞둔 고교생뿐 아니라 초중학생, 심지어 유아를 겨냥한 책도 시장에서 반응이 좋다. 논술이 단기간에 성적을 올리기 힘든 분야라는 특성도 있지만 제7차 교육과정에서 창의력 사고력 이해력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중학교 3학년 독자를 대상으로 한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이야기’는 100권 발간을 목표로 현재 80권까지 나와 있다. 초등 4∼6학년 대상인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이야기’는 37권짜리로 호흡이 긴 전집이지만 입소문을 통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과학이야기는 멘델의 유전법칙, 판게아 이론 등의 과학이론을 과학자들이 삽화와 함께 쉽게 이야기해 주는 식으로 구성돼 있다. 철학이야기는 4, 5개의 에피소드와 함께 이와 관련된 철학돋보기 코너, 통합논술문제 및 예시답안이 수록돼 있다.

6세 이상 유아부터 초등 3학년을 대상으로 한 ‘생활 속 사회탐구’(62권)도 반응이 좋다. ‘연필이 만들어지기까지’ ‘세상을 바꾼 도구’ 등 사회문화 경제 정치 등 다양한 주제를 그림책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 기본은 역시 ‘고전’… 읽기 토론 병행하면 효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책의 독서효과를 높이려면 틈틈이 고전을 읽고, 토론하라고 권한다.

한기호 출판평론가는 “해설이나 풀이가 있는 책이 당장은 쉽게 느껴지지만 한 권의 고전을 통독하면서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엔트로피’ 같은 책을 완전히 이해하면 물리학 자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학부모, 교사 등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 독서 수준이 비슷한 또래 친구들과 토론을 해 보는 것도 괜찮다.

서울 중동고 안광복(철학) 교사는 “‘민음 바칼로레아’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등 최근의 책들은 학생용보다는 교사용에 가깝다”고 말했다. 안 교사는 “비슷한 주제라도 바칼로레아는 ‘자유와 평등에 관해 논하라’는 식으로 내는 반면 우리나라 논술은 ‘자유와 평등을 고교평준화 정책과 연결지어 논하라’고 나온다”며 “교사나 학부모가 책을 함께 읽으면서 학생이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도와 주면 좋다”고 조언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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