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논평/김순덕]기업이 파업하면 나라 경제는 어떻게 될까

  • 입력 2006년 2월 10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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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정치권이 노동계 편만 든다면 기업인들은 스트라이크에 나설 겁니다.”

이수영 한국 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어제 기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업들이 조용히 공장 문을 닫고 중국이나 인도, 방글라데시로 떠나는 ‘말없는 파업’을 벌이겠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면 당장 실업자가 늘어나고, 정부가 걷어 들이는 세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협박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기업의 분위기는 심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상황이 세계의 움직임과는 너무나 동떨어지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파업한다면 나라 경제는 어떻게 될까-김순덕 논설위원

미국은 물론 일본과 독일 같은 선진국 기업에서는 어떻게든 비용을 줄여서 싸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팔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국민들은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면 다른 문제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는 정서입니다.

노조의 힘이 막강했던 독일의 지멘스에서도 지난 해 주당 근무시간을 35시간에서 40시간으로 늘렸습니다. 임금을 더 올리지도 않았습니다. 그것도 노조가 요구해서 한 일입니다. 안 그러면 임금이 싼 헝가리나 체코 같은 곳으로 공장이 옮겨질 것이라는 위기감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유럽의 환자’라고 불릴 만큼 유럽에서 가장 낮은 성장률과 엄청난 실업률에 시달려왔습니다. ‘라인강의 기적’으로 유명했던 경제대국의 신화는 이미 30년 전에 끝났습니다. 그때 벌어놓은 돈으로 실업연금 같은 사회복지 비용을 펑펑 쓰다가 경제는 엉망이 됐습니다.

그런데도 독일 노조는 옛날 좋았던 시절 생각만 하면서, 기업이 신규 설비 투자를 할 때도 노조와 협상을 하도록 강요해왔습니다. 좌파 사회민주당 정부는 이런 노조를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그래서 작년까지만 해도 열 개 기업 중 아홉 개가 해외 이전을 희망할 정도로 ‘독일에선 기업 못 하겠다’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들어 놀랄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지난 해 말 집권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언을 했습니다. “독일 경제 개혁의 핵심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기업 규제를 과감하게 푸는 것”이라고 과거 경제노동부 장관을 맡았던 볼프강 클레멘트 씨도 말하고 있습니다.

요즘 독일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도 이런 개혁 덕분입니다. 독일 뿐 아니라 세계의 경제 정책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세계화 현상 때문에 그러지 않고는 기업도, 개인도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세계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우리 세대는 물론 우리 아이들까지 먹고 살기 힘든 시대가 올까봐 걱정입니다. 지금까지 기업과 경제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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