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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들 ‘사생결단’…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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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들 ‘사생결단’…왜 그럴까?

입력 2006-02-08 15:02수정 2009-10-0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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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영화배우 최민식 씨, 정진영 씨, 오동진 영화평론가, 유창서 스크린쿼터대책위 사무국장.

지난달 27일 정부가 스크린 쿼터 축소방침을 밝힌 뒤 이에 강력 반발해온 영화계가 8일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영화계는 지난 4일부터 광화문 일원에서 영화배우 안성기, 박중훈, 장동건, 최민식으로 이어지는 1인 시위에 이어 8일 오후부터는 △‘한국영화 중단의 날’ 선포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대규모 장외 집회 △서명운동 등의 본격 행동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한국영화는 ‘왕의 남자’와 ‘투사부일체’의 쌍끌이 흥행으로 78.2%라는 기록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정부 방침을 지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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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1인시위…최민식 | 장동건

한국 영화는 잘 나가고 있고, 여론도 영화인들에게 우호적인 것만은 아닌 상황에서 왜 영화계는 ‘사생 결단’을 내려는 것일까.

영화계 주요인사 4명으로 부터 그들이 왜 이토록 스크린 쿼터 축소에 반발하는지 들어 봤다. 토론에는 영화 ‘올드 보이’의 스타 최민식 씨, ‘왕의 남자’에서 연산군역을 맡았던 배우 정진영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 공동위원장, 오동진 영화평론가, 유창서 대책위 사무국장이 함께 했다. 다음은 이들을 각각 인터뷰한 뒤 재구성한 것이다. (편집자 주: 이 기사는 동아닷컴이 스크린 쿼터 축소 반대 입장을 지지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반대이유를 좀 더 명확히 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오해 없으시길 기대합니다.)

-한국 영화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스크린쿼터 자체의 의미가 없어졌다. 우리 영화의 최근 5년간 평균 관객점유율이 50%를 상회하지 않았나.

최민식=한국영화의 경쟁력이라는 것도 어떤 판이 존재해야 한다. 소위 말해서 한국영화가 제작이 돼서 극장에 걸리지 못한다면 무슨 경쟁력이 생기겠나.

정진영=한국영화가 컸다지만, 물량을 앞세운 헐리웃 영화에 버텨낼 수 있겠는가. 최근에야 한국 영화는 비로소 산업으로서의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영화인 노조도 불과 2달 전에 출범했다. 우리 영화산업이 객관적으로 외부와 맞서 싸울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오동진=최근의 호황은 한국영화 산업이 기형적으로 발달하면서 나타나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저예산 예술영화와 상업영화로 양극화가 심하고, 부가판권 시장도 극도로 위축돼 있는 등 건전치 못한 상태다. 최악의 순간 보호 장치마저 없으면 붕괴 도미노 현상은 불보 듯 뻔하다.

유창서=지금 한국영화가 중흥기에 있지만,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장담 못한다. 일본과 홍콩만 봐도 그렇다. 멕시코 같은 경우 100여편 만들던 영화산업이 지금은 1년에 10편 정도로 몰락했다. 미국영화 때문에 영화를 산업으로 가지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다른 직업 가지고 있으면서 돈이 생기면 찍고 찍고 해서 4-5년에 걸쳐 영화 한편 만든다. 우리나라 영화 산업도 한번 무너지면 복원이 어려울 것이다.

-너무 어둡게만 보는 게 아닌가. 스크린쿼터 축소는 한국영화의 성장이 기여할 수도 있다. 직배 빗장이 풀리던 1988년과 2004년 일본영화개방 이후 한국영화의 경쟁력은 한층 더 강화됐던 예가 있다.

오동진=당시와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역설적으로 그 당시에도 스크린쿼터제는 있었다. 지금 문제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전부 걷어내는 것과 다름 없다는 점이 문제다.

정진영=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146일은 지켜졌기 때문에 그나마 오늘의 한국영화가 있는 것이다.

-우려하는 것처럼 미국 직배사들이 과거처럼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 롯데시네마처럼 멀티플렉스 극장을 갖고 있는 국내 영화 투자배급사들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진영=이윤이 되면 투자하는 게 자본의 속성이다. 현재 굴지의 국내 투자 배급사라도 미국 자본이 들어와서 지분 참여하면 ‘게임 오버’다. 우리 경제가 그렇게 튼튼하다면 외환 위기를 왜 맞았겠나.

유창서=스크린쿼터가 없다면 흥행이 보장된 미국영화와 불확실한 한국영화 중에 어떤 영화가 극장에 걸리겠나. 미국영화는 6-7개의 거대 배급사가 일 년에 약 12편 이상의 흥행이 보장된 영화를 내놓고 있다. 반면 한국영화는 그 어떤 영화가 ‘대박’인지 개봉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왕의 남자’, ‘실미도’도 누구도 흥행을 장담하지 못했다.

또한 헐리웃 대작에 패키지로 작은 영화 ‘끼워 팔기’ 문제도 있다. ‘킹콩’을 준다고 하면서 끼워팔기를 하면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극장은 없다. 지금도 그러한 일이 이뤄지고 있다. 스크린 쿼터제가 없어졌을 때 이런 현상은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외국 영화직배사가 끼워 팔기, 거래거절 등 경쟁법적 문제를 일으킬 경우 현재의 공정거래법의 운영으로도 규제할 수 있지 않나.

유창서=어느 극장주가 극장 엎기 전에 배급사를 공정거래법에 신고하겠나.

정진영=끼워팔기 관행이라는 게 현실적으로 포착하기 어렵다. 계약서가 오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여건 상 한미 FTA를 외면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국민여론도 정부 선택을 영화계가 수용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정진영=한미 FTA가 진짜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보고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것이다. 외환위기 때도 국민들은 모르고 당했다. 신용불량자 양산을 뻔히 알면서도 발급 규제를 완화한 것도 ‘경기진작’이라는 국익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대해 의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강대국과의 협상에 있어선 필연적으로 강대국 논리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정신적인 지주인 문화가 침식당할 게 분명한데 왜 바삐 처리하자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최민식=정부가 민망할 수도 있지만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은 철회돼야 한다. 국민들께서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찬성하는 것이다. 좀 더 관심을 쏟아 주신다면 국민들도 진실을 아시게 될 것이다.

오동진=FTA 협상이 정부에 있어 절대적 명제가 된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므로 일정부분 조율과 타협이 필요하다. 지금 여론 싸움은 자칫 맹목적인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일수 조정 얘기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73일 고수하겠다는 건 말이 안된다. 영화계도 몇 가지 축소 안을 내놓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영화계가 좋은 영화를 만들 생각은 안하고 밥그릇 싸움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민식=밥그릇 싸움 맞다. 그러나 영화인들만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 간에 문화 주권을 놓고 벌이는 밥그릇 싸움이다.

정진영=저도 2년 전만 해도 한국영화를 왜 보호해야 하느냐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면 알 수록 이게 문화침략인 것이다. 뒤이어 엄청난 문화 개방의 압력이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국민여러분들도 스크린쿼터와 FTA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해 보셨으면 한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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