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페스토 성과와 운영’ 韓日국제학술회의

  • 입력 2006년 2월 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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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2003년 시작된 매니페스토(Manifesto) 운동의 성과를 평가하고 한국에의 적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지방선거와 정치발전에 관한 한일 비교 국제학술회의’가 3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선거공약에 예산과 추진 일정 등 구체적 약속을 담아 유권자의 평가를 받자는 정치운동이다. 1834년 영국의 로버트 필 보수당 당수가 제기한 이후 1997년 영국 노동당 당수 토니 블레어의 집권을 통해 일반화된 개념이다. 내나라연구소(소장 김영래·金永來)와 아주대 사회과학연구소, 한국정당학회가 공동 주최하고 동아일보 아시아연구기금 등이 공동 후원한 이날 학술회의에서 마쓰자와 시게후미(松澤成文) 일본 가나가와(神奈川) 현 지사는 2003년 지사 선거에서 37개의 매니페스토를 공표해 당선된 경험담을 소개하는 기조연설을 했다. 소네 야스노리(曾根泰敎) 게이오대 교수와 이현출(李鉉出) 국회도서관 입법연구관 등이 주제발표를 했다.》

▼마쓰자와 지사▼

―2003년 지방선거에서 내세웠던 대표적인 ‘매니페스토’는 어떤 것이었나.

“추상적 목표가 아니라 치안 강화를 위해 임기 4년 내에 행정공무원을 1500명 줄이고 경찰공무원을 1500명 증원하겠다는 등 구체적 실천 계획을 내세웠다.”

―매니페스토와 일반적 공약은 어떻게 다른가.

“공약은 ‘행정 개혁을 통한 효율성 제고’ 등 추상적 슬로건에 불과한 반면 매니페스토는 검증 가능한 구체적 공약 또는 정책이다. 공약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매니페스토는 구체적 스케줄과 재원 등을 제시하고 당선된 뒤 해마다 이를 검증받아야 한다.”

―매니페스토의 이행 실적은 어떻게 평가받고 있나.

“개인적으로 11명의 외부평가위원회를 구성해 평가를 맡겼다. 스스로도 37개 항목별 목표달성도를 A, B, C로 평가해 공개하고 있다.”

―매니페스토 제시를 통해 가나가와 현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예전 같으면 행정개혁의 종합계획 수립에만 3년 넘게 걸렸겠지만, 나는 6개월에 끝냈다.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스스로의 압박 때문이다.”

▼소네 교수▼

―한국은 무소속이나 연합후보가 많은 일본의 지방선거와 달리 정당 중심의 선거가 치러지고 있는데, 후보들의 정책 위주 선거가 가능하겠나.

“정당 차원의 매니페스토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중앙당이 일률적으로 정하기보다는 지방당이나 후보들과 협의하는 게 좋다.”

―매니페스토 운동 이후 일본 정치가 달라졌나.

“유권자들이 사람이나 정당 대신 정책을 중심으로 후보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매니페스토에 구속돼 상황 변화와 반대 여론을 수용하지 못하는 경직성이 발생할 소지는….

“외교안보 사안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세금 문제 등은 사전에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고 이를 그대로 실천해 나갈 수 있다. 또한 매니페스토는 구체적 약속을 내걸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것이므로 야당이 그 이행을 반대하기 어렵다.”

―실천을 검증할 방법은 어떤 것이 있나.

“정치인 스스로의 평가와 외부에 검증위원회를 만들어 맡기는 방안, 그리고 각종 싱크탱크나 비정부기구(NGO) 등의 평가 등 3가지가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선거의 유권자 평가다. 이 부분에는 정보 제공과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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